현대백화점이 10·20대를 대상으로 최대 규모 편집숍까지 들고 나오면서 편집숍의 외연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기존 백화점 편집숍은 주로 고가의 수입 브랜드를 소개하는 장이었다면 백화점은 이제 10대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편집숍까지 론칭하며 편집숍 대중화 단계에 들어갔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부 백화점 편집숍의 경우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대비 70% 급증한데다 10대 밀레니얼 고객을 대상으로 한 편집숍까지 나오면서 편집숍이 오프라인 불황의 파고를 넘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편집숍은 백화점 입장에선 마진율을 높일 수 있는데다 새로운 브랜드로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유통 실험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15일 신촌점 유플렉스 지하 2층에 전체 793㎡(240평)를 플래그십스토어 형태로 자체 기획 편집매장 ‘피어(PEER)’를 연다고 밝혔다. 백화점 층 전체를 편집숍으로 꾸민 것은 이례적으로 백화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편집매장이 대부분 100㎡~400㎡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피어’는 국내 백화점 내 최대 규모다. 이곳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70여개 패션 브랜드가 입점한다. 특히 키르시·어텐션로우·로우로우 등 40여개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도 백화점 업계 최초로 둥지를 튼다. 피어 매장에서는 입점 브랜드들과 협업을 통한 한정판 상품도 나온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경쟁 속에서 편집숍 피어가 ‘트렌드 발신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16년 론칭한 해외 명품 직매입 편집숍인 ‘롯데 탑스’가 매출이 크게 오르며 선전하자 롯데 탑스를 오는 2027년까지 백화점 아울렛 전 점에 입점시켜 1,200억원 매출을 올리는 메가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롯데 탑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72.5% 성장했다. 이 성장 속도대로라면 올해 7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롯데백화점의 통합 PB인 ‘엘리든’ 편집 매장은 지난해 평균 15.7% 성장했다. 김재열 롯데백화점 PB운영팀 팀장은 “백화점 PB는 여성의류, 남성의류를 넘어서 단일 품목(니트) 뿐만 리빙, 명품까지 그 분야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편집숍 1세대인 신세계백화점은 해외 판로를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지난 2000년 론칭한 여성 편집숍 ‘분더샵’은 2017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해외 수출길을 열고 올해도 판로를 넓히기 위해 협의 중이다. 분더샵은 해외에서 미국 럭셔리 백화점인 ‘바니스 뉴욕’을 시작으로 파리 ‘봉마르셰’, 미국의 ‘버그도프 굿맨’에 입점돼 있다.
백화점이 단순한 장소 대여 개념에서 벗어나 기획·구매력을 활용한 자체 편집숍을 선보이는 것은 편집숍이 오프라인의 불황의 돌파구가 될 것이란 계산에서다. 백화점은 최근 명품이나 가전으로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최근 3%대까지 떨어졌다. 2010년 초반 만해도 13%에 달하던 이익률이 불과 10년도 안 돼 곤두박질친 셈이다. 자체 편집숍은 마진율을 높일 수 있는데다 로얄티 높은 새로운 고객군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대백화점처럼 10·20대를 타깃한 편집숍의 경우 장기적인 백화점 이용고객으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편집숍은 백화점의 정체성을 녹이는 동시에 기획부터 생산까지 백화점이 주도하기 때문에 이익률을 높일 수 있다”며 “편집숍은 개성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 집객을 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보리·변수연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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