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운영하는 김인식(48)씨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8월 주방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제때 구급차가 도착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아직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김씨는 햇볕을 직접 쐬지 않고 에어컨이 가동되는 실내에 있었지만 식당 주방의 뜨거운 열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바람에 열사병 진단을 받았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국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실외가 아닌 실내에서도 온열질환에 걸리는 환자가 늘고 있다.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가급적 야외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요즘 같은 폭염에는 실내에서도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어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온열질환에는 크게 일사병과 열사병이 있다. 일사병은 직사광선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생기고 열사병은 햇볕 없이 뜨거운 온도로 인해 걸리는 질환이다. 엇비슷해 보이지만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대처법도 다르다.
일사병은 흔히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하는 질환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일을 하거나 산책을 하다 걸리는 경우가 많다. 땀이 많이 나면서 수분 부족으로 탈수 증상이 오고 두통과 구토, 현기증을 동반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물을 마시면 금방 회복된다.
열사병은 뜨거운 열기로 몸의 체온조절중추가 기능을 상실해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질환이다. 체온이 40도가 넘게 올라가면서 발열과 구토 증상을 동반하지만 땀이 나지 않아 자칫 알아차리지 못하기 쉽다. 방치하면 발작과 경련이 오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열사병 증상이 있으면 미지근한 물을 몸에 끼얹고 선풍기를 틀어 천천히 열을 식혀야 한다.
열사병이 무서운 것은 땀이 나지 않아 주변 사람조차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표현이 서툰 영유아와 고령층이 주로 열사병에 많이 걸리는 이유다. 실내에 있더라도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면 바로 인근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전국 500개 응급의료기관에 보고된 온열질환자는 19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는 176명이었다. 온열질환에 걸린 장소는 운동장·공원이 46명(24.2%)으로 가장 많았고 공사장 등 실외작업장 45명(23.7%), 논·밭 27명(14.2%) 순이었다. 발생시간은 오후 3시가 38명(20%)으로 가장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2명(16.8%)으로 가장 많았고 40대 31명(16.3%), 20대 26명(13.7%), 65세 이상 39명(20.5%)이었다.
술이나 커피, 탄산음료 등은 체온 상승이나 이뇨 작용을 유발하므로 폭염 시에는 생수나 이온음료 등을 마시는 게 좋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일반 성인보다 체온조절 기능이 약해 온열질환에 취약하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심혈관질환이나 당뇨병, 뇌졸중 등이 있는 사람은 폭염에 더 취약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김진욱 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같은 온열질환이라도 의식이 분명하고 체온이 너무 올라 있지 않을 때는 일사병으로 진단하고 의식이 분명하지 못하고 체온이 몹시 높을 때는 열사병으로 판단한다”며 “열사병은 중추신경계 이상과 더불어 신장이나 간 등 장기 손상까지 동반할 수 있어 사망률이 일사병보다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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