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높아지면 상가 공실도 덩달아 많아진다. 주변을 둘러보면 곳곳에서 건물에 붙어있는 ‘임대문의’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이같이 어려운 경기상황에서 좋은 상권과 안 좋은 상권의 특성은 어떤 것이 있는지 몇 가지를 짚어본다.
우선 좋은 상권의 조건은 뭘까? 첫째, 고객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예를 들어 편리한 대중교통과 주차장이 확보된 곳이 유리하다. 둘째로 유동인구가 적절하게 많은 곳, 특히 출근길 동선 인구보다 퇴근길 동선 인구가 더 많은 곳이 좋다. 셋째, 금융기관이나 관공서 등 사람들이 자주 찾는 기관들이 있는 길목에 위치한 곳이 매출 기복이 적다. 넷째, 주변에 노점상들이 많은 곳도 유동인구가 많다는 증거다. 다섯째, 평지 혹은 완만한 내리막길, 마치 물이 고인 듯 점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 적합하다.
안 좋은 상권의 조건은 뭘까? 첫째, 주인과 세입자가 자주 바뀌는 곳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권리금이 점포규모나 입지 대비 지나치게 높고 보증금과 임대료가 유난히 싼 곳은 권리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 셋째, 오르막이나 내리막에 위치한 곳은 고객들의 접근이 쉽지가 않고 머물러있는 시간이 적어 불리하다. 넷째, 주변에 상가가 없거나 공터가 있는 곳은 상권의 흐름이 끊어져 아주 특별한 아이템이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 다섯째, 대중교통 이용 시 접근성이 떨어진 곳은 만남의 장소로 부적합해 결국 소비가 적게 일어날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발생으로 인한 권리금 회수가 어려운 상권의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이다. 이 두 지역은 과거 상권이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며 가파른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원주민 내몰림 현상이 발생했고 2017년부터 현재까지 높은 임대료로 인한 상가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객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유동인구가 많다고 해도 높은 임대료로 임차인들이 쉽게 들어오기 힘들어 상권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첫째, 상권이 확장되고 임대료가 상승한다. 둘째, 권리금이 점포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상승한다. 셋째,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이 입점하면 기존 세입자가 빠져나간다. 넷째, 주변 상점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공실이 발생한다. 다섯째, 공실로 인해 상권이 죽어가지만 임대료는 꾸준히 상승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져 상권이 축소된다.
신사역 8번 출구에 위치한 가로수길은 현재 1~2층 모두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점도 임대가 붙어있어 흉물스러운 분위기를 내뿜는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실률의 증가 속에서도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해 임차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대형 외국계 기업의 브랜드만 홍보 전시 거점지역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유동인구는 더 줄어들 수 있다.
경리단길은 녹사평역 2번 출구 근방에 위치해 국군재정관리단부터 시작하는 골목이다. 경리단길의 경우 전년대비 매출이 13.7% 감소하고 6개월간 14개 점포가 폐업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대표적인 업종인 음식 업종은 점포 평균 월 매출이 반년 간 약 700만원 감소하는 등 기존 대형상권들이 몰락하고 있다.
창업 시 상권을 판단할 때는 상권 전체의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출발해 하나씩 세부적으로 좁혀 나가는 것이 쉽다. 먼저 큰 것을 보고 이후에 점점 시야를 좁혀 나가며 세밀하게 작은 것을 따진다면 처음 생각한 구상이 쉽게 잘 들어 올 수 있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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