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비전은 영화 ‘허(HER)’에 나오는 인공지능(AI) 비서를 실제로 구현하는 것입니다.”
심은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인공지능&소프트웨어 연구센터장은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AI 콘퍼런스 2019’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가 구현하고자 하는 AI의 비전은 영화 속 AI 비서처럼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이라며 “이를 위해 사생활 보호에 적합하고 네트워크 연결에 관계없이 손안의 기기에서 AI 엔진이 구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상에서의 AI 활용을 위해서는 ‘온디바이스 AI’가 필수적임을 강조한 것이다.
온디바이스 AI는 데이터 처리를 클라우드에서 하는 기존 AI와 달리 기기가 자체적으로 AI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클라우드 서버로 데이터가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빠르고 전력 소모가 적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심 센터장은 온디바이스 AI가 사생활 보호에 장점이 있다고 봤다. 예를 들어 삼성의 AI 서비스인 ‘빅스비’는 현재 클라우드에서 대부분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말하는 모든 내용이 클라우드, 즉 외부 서버로 전송된다. 하지만 온디바이스 AI가 구현되면 음성인식 엔진이 사용자의 스마트폰에서 돌아가기 때문에 데이터의 외부 유출이 없어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다. 심 센터장은 “날씨나 검색 같은 것만 클라우드에서 처리하고 (실생활의) 자연어 처리는 온디바이스로 구현하게 될 것”이라며 “데이터 처리를 클라우드가 아닌 우리가 가진 기기에서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심 센터장은 통역에서도 온디바이스 AI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국은 인터넷이 잘 되지만 미국만 가도 네트워크가 잘 안되는 곳이 많기 때문에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통역 기술은 안된다”고 말했다. 이날 심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온디바이스 AI 통역 기능을 시뮬레이션 영상을 통해 소개했다. 해당 통역 기능은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사용자의 스마트폰 내에서 높은 정확성을 보이며 한국어를 중국어로, 다시 이를 한국어로 번역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딥러닝에 최적화된 자체 개발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술은 이러한 온디바이스 AI를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는 게 심 센터장의 평가다. 그는 “NPU는 해외 기업들이 주도하는 분야임에도 삼성전자는 백지 상태에서 출발해서 글로벌 마켓에 출시했다”며 “앞으로 많은 AI들이 (NPU 기반의) 온디바이스 AI 형태로 다양한 기기에 탑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주원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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