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에서도 시장에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밀어붙이는 게 과연 맞는가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당 일각의 이 같은 우려는 청와대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국회 복귀 조건으로 내건 ‘경제청문회’ 개최와 관련해 “차라리 그것(청문회 개최)을 소주성 정책의 전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의 어려운 경제 상황에는 산업 환경의 변화와 저성장 시대의 도래,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등 구조적인 요인이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소주성 정책의 책임도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소주성 정책의 가장 큰 패착은 ‘급진성’이었다고 지목했다. “주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번에 줄일 게 아니라 60시간으로 줄이고 최저임금도 2년간 30% 정도 인상했는데 그 절반만 올렸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조금씩 수정하고…정책이라는 게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의 생각을 적는 글에 이 의원의 이야기를 이처럼 길게 언급하는 것은 그의 말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의 산업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예컨대 안방에 앉아 ‘클릭’ 한 번이면 국내 쇼핑몰 물건은 물론 해외에 있는 제품도 손쉽게 구매가 가능하다. 당연히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파는 자영업자는 수익을 내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와 경제 사이클을 감안할 때 과거처럼 ‘고성장’을 구가하기도,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고려하면 옛날처럼 고용률을 높이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몰고 온 요인이 이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급진적인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부 중소기업은 그동안 한국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중국과 베트남 공장 등에 배정하고 있고 일부 근로자는 소득 감소에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장에서는 사업주가 경영난에 허덕여 폐업이 증가하고 ‘쪼개기 고용’이 급증해 저소득층 근로자는 되레 일자리를 잃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행인 점은 여당 내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늦었다 생각하지 말고 이참에 경제청문회든 경제원탁회의든 열어 정부가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인 제약 요인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소주성 정책만 고수할 게 아니라 타개책을 찾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국당이 총선을 지나 대선 때까지 계속해서 ‘경제 실패 프레임’을 가져갈 수 있을지, 그러지 못할지는 민주당과 정부에 달려 있다. 늦었다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jh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