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증가하는 국가채무=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가채무 규모는 올해 718조원에서 오는 2030년 1,240조9,000억원, 2040년에는 1,930조8,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보다 지출 규모가 더 커지면서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내년에 6조6,000억원 적자로 돌아서 2030년 -50조9,000억원, 2040년 -132조5,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마지노선 40%에 대한 갑론을박을 넘어 국가채무의 증가속도가 문제인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6년 후인 2025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돼 복지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의무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5.9%라고 해도 독일(18.6%), 덴마크(20.5%) 등 선진국이 고령사회에 진입했을 때와 비교하면 결코 양호하다고 보기 힘들다. 특히 비영리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 부문 부채비율은 56.9%로 60%에 육박한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이제 관리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게 되고 국가채무 증가율을 절대적으로 통제해야 할 시점”이라며 “특히 복지 등 의무지출을 중심으로 재정적자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재정준칙 없어 그때그때 목표치만=재정준칙을 도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1985년 3개에서 2015년 30개로 확대됐으나 우리나라는 재정준칙이 따로 없이 매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할 때 재정수지와 채무관리 목표 수치를 제시한다. 2016년 국가채무비율을 GDP의 45% 이하로, 재정수지 적자를 GDP의 3%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재정건전화법을 제출했으나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가재정법 86조에는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모호하게 명시돼 있을 뿐이다. 구속력도 없고 매년 예산을 짤 때 예상치 못한 재정 소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는 지난해 2018~2022년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3% 이내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0%대 초반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KDI는 “암묵적 형태의 준칙을 활용해 채무 증가속도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정 수준 이하로 동결하는 게 단기적으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재정수입 전망에 근거해 현실적으로 유지 가능한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도출하고 이를 준칙화함으로써 재정지출 규모를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준칙 적용범위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연금·건보를 포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기재부도 논란이 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보다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관리를 위한 내규 마련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어 이달 중 본격적으로 공론화할 방침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방향성을 정하고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면서 “재정준칙에 관한 진전된 논의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지출 비중 늘어나 재정 여력 감소=KDI는 사회보장비 등 이전지출 비중 증가가 재정 여력의 심대한 감소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재정관리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이 제어되지 않는데다 문재인 대통령이 단기적 확장재정을 주문하나 산업경쟁력 강화 등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 올해 만 6세 미만에게 지급하는 아동수당에 투입되는 예산은 3조원이며 기초연금에는 15조원이 책정됐다. 또 저소득층 근로자에게 현금수당을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시행되면 2022년 1조원 이상의 돈이 들어가고 고교 무상교육 전면 도입에 따라 연간 2조원의 국가 예산이 쓰인다. 이미 문재인 정부 들어 법적으로 지급 의무가 명시된 의무지출 비중이 50%를 넘어선 상황에서 복지 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의무지출 증가율이 2022년 전체 지출의 51.6%에서 2030년 55.7%, 2050년 60.5%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