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거센 반발 속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물적분할에 가까스로 성공한 현대중공업이 이번엔 대우조선 노조라는 암초를 만났다. 3일 현장실사를 위해 거제 옥포조선소를 찾은 실사단은 노조의 봉쇄로 진입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조선산업 구조 개편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 노조의 물리력 행사로 계속 지연되는 모양새다. 이날 출범한 한국조선해양은 이사회를 열고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 임직원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현장실사단은 이날 옥포조선소를 찾았지만 노조의 정문 봉쇄로 현장에서 철수했다. 노조 조합원 400여 명은 정문과 다른 5곳의 출입로를 막은 채 실사단과 대치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연결하고 실사단 진입을 막았다. 경찰력도 500여 명이 배치돼 긴장감이 고조됐다.
실사단은 이날부터 오는 14일까지 대우조선 생산의 핵심인 이곳에서 인수를 위한 실사를 할 계획이었다. 실사단은 오전 9시 20분께 조선소 내부로 진입하겠다며 노조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자 오전 10시께 현장에서 임시 철수했다.
오후 12시 45분쯤 다시 옥포조선소로 돌아온 실사단은 재차 노조에 대화를 요구했지만 불발되자 오후 1시께 이날 진입을 포기하기로 했다. 하태준 대우조선 노조 정책실장은 “매각 철회가 없으면 대우조선 그 어느 누구도 실사자와 만날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강영 현대중공업 실사단장(전무)는 “인수계약서에 현장실사가 포함돼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며 “(현재 상황을) 표현하자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이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지난 3월부터 출입문 봉쇄를 ‘예행연습’을 하는 등 실사를 막겠다고 공언해왔다. 서울 남대문로 서울사무소 앞에도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여왔다. 실사단이 실사가 예정된 오는 14일까지 계속 진입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노조의 봉쇄 의지가 강해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2008년 민영화 추진 당시에도 한화그룹과 포스코, GS 등 인수 후보자들이 보낸 실사단을 저지한 바 있다. 당시 한화그룹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노조의 실사 저지로 작업이 지연됐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인수 자체가 무산됐다.
현장실사는 기업 인수합병에서 필수적인 절차다. 제조기업의 핵심 자산인 생산설비와 공정 진행률 등을 직접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미 진행한 서류 실사 결과와 현장의 상황이 일치하는지도 체크해야한다. 다만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상황을 훤히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과 인수기업인 현대중공업그룹도 조선업 상황을 잘 아는 동종업계라는 점에서 노조와의 충돌을 피하고 현장실사를 지나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옥포조선소 실사 재시도 등 향후 계획은 확정된 게 없다”며 “다만 현장실사는 인수계약서에 명시된 만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로 탄생한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본점 소재지’인 서울 계동 현대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본사 소재지도 계동 현대사옥으로 확정했다. 한국조선해양과 신설 사업법인 현대중공업은 이날 분할 등기도 마쳐 공식 출범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관리·지원, 투자, 미래기술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기술 중심 회사 역할을 수행한다. 신설 현대중공업은 현장설계·영업·생산을 담당한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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