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헤지펀드 ‘1위’인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이 한국자산평가 인수를 통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로 첫발을 내디뎠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인 헤지펀드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것은 라임이 첫 사례다.
라임은 13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꾸려 한국자산평가를 인수하는 계약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국자산평가는 200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채권가격 평가기관으로,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국내 1위 사업자다.
라임은 지난 4월 22일 캑터스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진PE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자산평가 지분 90.52%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라임이 인수합병(M&A) 거래에 참여한다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캑터스PE가 일정 지분을 인수하는 선순위에 투자하고, 라임은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CW)를 인수하는 메자닌(중순위) 방식으로 투자에 참여한다. 후순위 투자의 인수금융은 신한금융투자가 맡았다.
라임 관계자는 “중순위 PEF는 현재 펀딩이 진행 중이나 출자기관의 높은 관심으로 펀딩 목표 금액 대비 초과모집(overbooking)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인 자산운용사인 만큼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이 이뤄진 뒤에 펀딩이 최종 완료될 계획이다.
당초 라임은 캑터스PE와 공동 무한책임사원(Co-GP)으로 투자에 참여하려 했었다. 유한책임사원(LP)인 출자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지분 매입보다 다소 안전하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낮은 메자닌 방식으로 투자하게 됐다는 게 라임 측의 설명이다. 라임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이 ‘바이아웃(Buy-out)’ 투자를 한 것은 한자평이 처음이다. 기존엔 성장금융을 출자자로 한 블라인드펀드 ‘임팩트펀드’를 통해 소수지분을 투자한 사례만 있었다.
펀드 설정액이 5조원을 돌파한 국내 1위 헤지펀드인 라임이 M&A 시장에 뛰어들면서 사모펀드 역사에도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 헤지펀드의 경우엔 지분보유 의무는 없지만 보유주식이 10% 초과할 경우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만큼 차입과 기업대출이 가능하다. 반면 PEF는 의결권 있는 주식 10% 이상에만 투자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와 PEF의 칸막이를 없애는 제도 개선안을 담은 ‘사모펀드 발전방향’을 발표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헤지펀드의 M&A 시장 진출로 시중 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비상장 기업 M&A 시장에서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제도개선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사모펀드의 규모는 단숨에 6배로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6월말 현재 헤지펀드의 약정액은 310조원에 달한다. PEF는 5분의1 수준인 66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라임 관계자는 “중형 바이아웃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비상장사 투자와 M&A 딜까지 투자 영역 확장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며 “한자평 이외에도 여러 딜을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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