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1년 넘는 무역전쟁을 끝낼 협상이 종착역을 앞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예상치 않은 ‘추가 관세’ 위협을 들이밀며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가 사태 추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폭탄’은 중국과 막판 무역 협상에서 최대의 이득을 취하면서 합의안에 미국 여론의 지지도 얻으려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기술’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난 2월 말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하노이 회담’을 좌초시킨 바 있어 일각에선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될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백악관에 급습을 당한 중국 정부가 일단 워싱턴DC에서 예정된 고위급 협상은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협상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중국과 무역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들이 재협상을 시도하면서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매기는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10일 인상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데 이어 추가 관세를 아직 부과하지 않은 3,250억 달러 어치의 다른 중국 제품에도 곧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트윗 폭탄을 날렸다.
지난 3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백악관 및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잇따라 미중 무역협상의 이번 주 타결 가능성을 높게 점친 것에서 180도 달라진 셈이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 무역전쟁을 개시하면서 처음 50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후 2,000억달러 제품에도 10%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재협상’ 시도를 거론하며 비판한 데서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이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 이전에 협의한 몇 가지 합의에서 입장을 바꾸자 휴일에 ‘분노의 트윗’이 터졌다는 관측했다. 또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 무역협상에서 중국의 추가 양보를 얻어내고, 끝까지 중국을 압박하는 모습으로 합의안 타결시 미국 내 지지를 높이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통상 전문가들도 지난 5개월 간의 무역협상의 성과를 하루아침에 뒤집고, 무역전쟁을 확전할 가능성을 낮게 예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단순 위협’으로 해석했다. 채드 보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선 전혀 예측할 수 없지만 단순한 위협일 가능성이 크다”며 “좋은 패를 잡기 위해 가능한 강력하게 대응했던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위협으로 자존심에 적잖은 손상을 입은 중국측 대표단이 8일 ‘호랑이 굴’인 워싱턴에서 협상을 순조롭게 할지는 매우 유동적이다 . 앞서 WSJ는 중국 정부 관계자가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 채 협상할 수는 없다”며 협상 취소를 시사했다고 전했다. 중국 대표단은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전격 결렬로 끝난 후 미측이 언제든 무역협상의 판을 깨면서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의 위상을 심각하게 깎아내릴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6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했는데 유사한 상황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다만 그는 “미국 측과 함께 노력해 같은 방향을 보면서 가길 희망한다”며 “차기 협상을 위해 중국 대표단은 미국에서 가서 협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해 일단 고위급 협상은 진행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당초 6일 출발이었던 대표단의 방미 날짜를 정확히 하지 않아 협상이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강한 상승세를 지속 중인 미 경제를 지렛대 삼아 중국과 무역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포괄적인 협상 타결이냐, 아니면 미중 무역전쟁의 확대로 갈 것이냐에 대한 새로운 데드라인을 설정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중 무역협상 불발 우려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상하이종합지수는 6일 장중 6.56%까지 급락했다 결국 5.58% 떨어진 2,906.46에 마감했다. 아울러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한 때 6.7985위안을 기록하며 4개월여 만에 가장 약세를 기록했으며 10년물 국고채 선물은 금리가 0.41% 올랐다.
미 경제매체인 CNBC방송은 5일 저녁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 지수 선물도 장중 1.7% 가량 급락해 6일 하락장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되면 세계 경제 둔화세가 확산될 우려가 커져 원유 수요도 타격을 입게 돼 원유 선물가격도 국제 시장에서 2%대 하락세를 보였다.
/ 뉴욕 = 손철 특파원·베이징= 최수문 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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