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카바스백(le Cabas)’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카바스백은 프랑스의 여성복 브랜드 ‘바네사브루노(VANESSABRUNO)’의 대표 아이템으로 넉넉한 수납공간과 반짝이는 스팽글이 특징이다. 취향에 따라 와펜을 부착해 ‘나만의 가방’을 완성할 수도 있다. 1998년 출시된 카바스백은 2003년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이래 현재까지 1만여 개가 판매됐다.
시류에 부합하는 디자인이나 화려한 로고 없이도 카바스백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카바스백 론칭 20주년을 맞아 방한한 바네사 브루노 대표는 “일터에서나 여행지에서나 많은 짐을 한꺼번에 넣을 수 있어 실용적이면서도 스타일도 살렸기 때문에 특정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오랫동안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카바스백은 디자이너 바네사 브루노의 취향이 반영된 제품이다. ‘히트 상품을 만들겠다’는 전략적인 계산이 아니라 ‘워킹맘’으로서 본인이 필요한 디자인으로 고안했다. 그는 “평소 자전거를 즐겨 타는데 엄마가 된 후에는 아이를 위한 소품도 담을 수 있는 실용적인 가방을 메고 다니고 싶었다”면서 “배의 돛으로 쓰이는 캔버스를 소재로 사용해 튼튼하고 스팽글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와펜으로 재밌는 패션성을 더했다”고 말했다.
카바스백은 국내 론칭 초기 모조품 시장에서 유통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그는 “가방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먼저 유명해진 꽃무늬 옷도 수많은 카피가 나왔다”면서도 “프랑스에서도 짝퉁이 유통되고 있으며 칼 라거펠트는 ‘누군가 복제한다는 것은 좋은 사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여유 있게 웃어 보였다. 지난해 바네사브루노의 전 세계 매출은 전년대비 20% 성장했으며 이중 한국 시장의 비중은 10%다. 프랑스 다음으로 가장 큰 시장이다. 그는 “자신의 취향을 분명히 알고 있는 까다로운 여성들이 주 타깃”이라며 “한국 고객들은 정체성이 강한 브랜드에 충성도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바네사 브루노는 현재 투자자 없이 독립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에 인수되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많이 바쁘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편하고 시즌에 구애받지 않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젊은 디자이너를 향해 “모든 걸 잘하려고 하지 말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뚜렷한 정체성을 갖고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카바스백의 론칭 20주년을 기념해 신사동에 위치한 라움이스트에서는 여행을 주제로 한 ‘카바스 보야지’(Cabas Voyae) 팝업 스토어가 운영된다. 전 세계 처음으로 열린 이번 팝업 스토어는 다음 달 16일까지다. 그는 “일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휴양지 ‘생트로페(Saint Tropez)’를 느낄 수 있도록 이국적인 프린트와 시원한 소재를 적용했으며 카바스백을 사랑해준 한국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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