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업계도 해외처럼 퇴직연금에 관한 ‘소송 리스크’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미리 대응책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험연구원은 15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도 퇴직연금 규제 완화에 따라 다양한 투자상품이 늘고 있고,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소송 증가가 우려된다”며 “금융사의 내부 감독 체계 구축, 수탁자별 책임 기준 강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연금 운용을 맡은 수탁기관 또는 수탁기관 직원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퇴직연금 가입자(직원)·사용자(회사) 간에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퇴직연금 기금을 사외에 꾸준히 쌓아두는 대신 4억파운드(약 6,000억원) 회사 사업 자금으로 써버려 3만 명의 가입자들이 손실을 입은 ‘맥스웰’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선 IBM이 1990년대 연금제도를 확정급여형(DB)에서 혼합형(CB)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소송이 발생했었다. 연금 급여액이 고령 근로자에게 불리해진다는 이유로 근로자들이 소송을 제기했고, IBM은 결국 현직·전직 직원들에게 당시 3억2,000만 달러(약 3,600억원)를 지급해야 했다.
류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수탁자 범위를 선진국처럼 사용자·연기금·사업자·자산운용 등으로 확대하고 수탁자별로 주의의무, 충실의무 등의 수탁자책임을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며 “감독당국도 수탁자들이 자체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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