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020560)이 ‘적정의견’이 담긴 감사보고서를 다시 제출하면서 비상조치들이 해제됐다. 관리종목 지정에서 벗어나 주식거래가 재개됐으며 KRX300지수 편입도 유지됐다. 그러나 정정해서 발표한 지난해 실적이 대폭 악화된데다 부채비율도 늘어 재무리스크는 여전히 빨간불이다. 특히 올해부터 매년 돌아오는 1조원가량 차입금의 상환 연장을 위해서는 재무구조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아시아나항공이 다시 제출한 감사보고서에서 20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9% 줄어든 282억원, 당기순손실은 -1,95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2일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이 담긴 감사보고서상에서 제시했던 실적에 비해 더욱 악화된 수치다. 정정 전 영업이익과 당기순손실은 886억원과 1,050억원이었다. 재감사를 통해 영업이익은 약 600억원, 순이익은 약 900억원 줄어든 셈이다. 다만 매출은 정정 전 6조7,892억원에서 7조1,834억원으로 약 9% 늘었다. 부채비율은 625%에서 649.3%로 올랐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당초 상환 시점에 일시에 회계에 반영하려고 했던 운용리스 항공기 정비비용을 외부회계법인의 권고에 따라 상환 전 5년간 비용으로 처리했다”며 “세일앤드리스백 항공기도 영업외손실이 아닌 감가상각비용(영업비용)으로 잡으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실적 변화는 기업의 실제 경영상황이 아닌 회계처리 방식에 따른 변경”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002990)을 관리종목에서 해제하고 KRX300 등 주요지수에서 제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아시아나항공 회사채도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났다.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된 ABS인 ‘색동이’ 유동화채권들도 이날 거래소에서 3~6%가량 오르며 액면가에 근접하거나 액면가를 회복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발표된 실적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유동성 위기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재무상황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올해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약 1조원의 회사채 및 ABS 등의 만기 연장 시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이날 거래가 재개됐지만 아시아나항공은 14.98%, 금호산업은 25.91%나 급락했다.
신용등급 조정 여부도 불확실성이 큰 상태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현재 신용등급(BBB-)을 매기고 있으나 만약 투기등급(BB+)으로 떨어뜨릴 경우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ABS 조기상환 요건이 충족돼 회사 유동성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감사보고서 정정 전후의 구체적인 자료를 회사 측으로부터 받아 분석하고 있다”며 “조만간 신용등급 조정 여부와 관련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운용리스를 부채로 인식하는 IFRS회계기준이 시행되는 점도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전체 항공기 중 60%에 달하는 항공기를 운용리스로 가동하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당장 1·4분기부터 연결기준 부채비율이 828%로 올라갈 것”이라며 “회계상 숫자이지만 차입금 상환 조달 시 투자자의 심리를 더욱 부정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주가 반등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주가가 저점을 찍고 반등했던 것은 재무구조 개선 노력 덕분인데 이번 감사보고서 문제로 인해 회계 신뢰성을 잃으면서 투자자의 신뢰 회복에 상당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또 “주가가 낮아 유상증자도 불가능한 상황에서 유휴자산 매각 등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노력 없이는 주가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혜진·박경훈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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