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중동 지역에 차량용 방진 스프링을 수출하는 A사의 윤원진(가명) 대표는 최근 기술제휴한 일본의 자동차부품 회사 구매 담당 임원과 대화를 나누다가 귀를 의심했다. 일본 측 임원이 윤 대표에게 대졸 초임 사원의 연봉을 물어와 “대졸 신입 연봉으로 2,800만원을 책정했다”고 답하자 임원은 놀라며 “우리 회사 신입사원 연봉보다 14%나 많은데 수출 경쟁력은 어떻게 확보하느냐”고 되물은 것이다. “10년간 기술제휴를 맺고 배우는 입장인데 오히려 우리 회사의 인건비가 높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윤 대표는 “과거에는 일본보다 기술이 뒤처져도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는데 지금은 인건비가 계속 올라가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숨이 턱 막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윤 대표를 고민스럽게 만든 일본 회사는 올해로 창립 55년째를 맞은 차량용 방진고무 수출회사인 ‘구라시키가코’다. 기술 제휴한 A사의 매출액(318억원)보다 10배, 종업원 수(50명)는 16배나 많지만 오히려 이 회사의 인건비가 기술을 전수받는 A사보다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구라시키가코의 대졸 초봉은 19만4,600엔(약 2,400만원)으로 A사의 2,800만원보다 14.28% 낮고 석사 졸업생의 초봉도 20만1,000엔으로 별 차이가 없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중국·일본 업체들과 경쟁하는 중소기업 대표들을 심층 취재한 결과 지난 2년간 이어진 급격한 인건비 인상으로 수출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진입 장벽이 높은 몇몇 제품군을 제외하면 우리 중소기업들이 수출하는 제품은 결국 가격에서 승부가 난다”며 “생산성 향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만 오른 탓에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인상되지 않았던 중국이나 일본 업체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서민우·심우일기자 ingagh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