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노동조합이 함영주 행장 연임에 반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지난달 노사가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으로 4년 만에 화학적 통합을 이뤄낸 지 불과 한달 만이어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앞두고 노조의 함 행장 흔들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 노조는 ‘KEB하나은행 미래를 위해 함영주 행장 연임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차기 행장 후보자를 논의하는 임추위가 열리는 점을 감안해 반대 의사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함 행장의 경영능력 우수성을 뒷받침할 객관적 근거도 없고, 오히려 하나·외환은행 제도통합이 예정보다 1년 넘게 미뤄지는 원인을 제공해 조기 통합의 걸림돌이 됐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해 초에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앞장서 반대하기도 했다.
함 행장의 임기는 다음달까지다. 함 행장은 지난 2015년 통합은행 출범 이후 KEB하나은행을 무난하게 이끌고 있고, 지난해 2조9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2년 연속 2조 클럽에 가입하는 경영성과를 이뤄내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주 중에 차기 KEB하나은행장 후보자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 임추위에서 행장 후보군을 추려 하나은행에 넘기면, 하나은행이 심사한 후 최종 후보자를 정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방식이다. KEB하나은행 임추위는 김인배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황덕남·이정원 등 사외이사 3명과 상임이사인 함 행장, 비상임이사인 이승열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으로 구성돼 있다. 함 행장은 셀프 연임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임추위에서 빠졌다. 하나금융의 정기 주주총회는 다음달 22일로 예정됐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안정성이 중요하므로, 하나금융에서 신중하게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며 “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하나금융 측에 코멘트를 한 건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특히 채용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노조는 “채용 비리 혐의로 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실추시키는 도덕적 결함을 지닌 함 행장은 더 이상 은행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함 행장이 채용 비리 재판 결과에 따라 임기 도중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연임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함 행장과 경쟁할 행장 후보군으로는 황효상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지성규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 강성묵 영업지원그룹 부행장, 정춘식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등이 거론된다.
/황정원·서일범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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