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카드사인 우리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265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800억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년 새 30% 가까이 순이익이 급감한 것이다. 우리카드의 경우 지난해 출시한 ‘카드의 정석’ 상품이 230만장 넘게 팔리는 등 인기를 끌어 전년 대비 25% 순익이 증가하는 ‘반짝 효과’를 누린 만큼 올해 체감하는 순익 감소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카드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 1,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올 목표치는 전년보다 20% 내린 800억원 수준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올 카드사 순익 추산 결과 전년보다 10%가량인 1,700억원 정도 감소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소형 카드사들 사이에서는 당국이 너무 보수적으로 이익 하락 폭을 추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순익 급감에다 대형사들과 시장점유율 경쟁을 해야 하는 중소형 카드사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형사들은 부가서비스나 마케팅 비용을 축소해도 별 영향이 없지만 중소형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면 성장을 멈추고 고사의 길을 걸어야 해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사인 신한·삼성카드의 부가서비스 비용은 각각 1조3,331억원, 1조468억원으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도 9,722억원, 9,642억원이다. 반면 롯데카드는 5,261억원, 우리카드는 3,931억원으로 훨씬 적은 편이다.
금융당국이 부가서비스 축소를 압박하면 결국 중소형사들만 더 피를 보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카드사 관계자는 “중소형 카드사의 경우 대형 카드사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공격적인 마케팅과 부가서비스 확대로 가맹점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며 “업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라고 하는 것은 중소형 보험사들은 고사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카드 부가서비스 축소 관련 약관개정 세부기준 결정을 앞두고 ‘8사8색’을 내고 있는 카드사들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형 카드사들은 “가맹점과 고객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 대형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더 줄여야 한다”고 맞서는 반면 대형 카드사들은 “중소형 카드사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며 발끈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여전협회도 뾰족한 묘안을 내지 못하면서 시간만 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고객에게 주는 부가서비스 축소는 보수적으로 하되 마케팅 비용 등을 대폭 낮추면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순익 감소폭을 10%대로 낮출 수 있다며 카드사들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중 카드사 부가서비스 약관개정 변경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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