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인하에다 금리 인상 등이 겹치면서 내년 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당기순이익이 올해보다 반토막으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2위인 삼성카드도 30% 이상 하락할 것으로 자체 진단했다. 이처럼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드사들도 구조조정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할 태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신한카드는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3,000억원대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추정되는 5,000억원대보다 30%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지난 2010년과 2017년 각각 1조원과 9,000억원을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룹에서의 비중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올해 4,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되는 삼성카드도 내년에는 3,000억원을 한참 밑도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카드 업계는 수수료 개편방안을 반영해 내년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이 없어 난감한 처지다.
이미 신한·삼성·KB국민·현대·BC·하나·우리·롯데카드 등 전 업계 8개사의 당기순이익은 올 3·4분기 4,05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0%(170억원) 감소했고 상반기에는 31.9%나 급감했다. 2007년부터 이번까지 정부가 모두 12차례나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린 여파다.
특히 26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카드 수수료 개편방안에 따르면 기존에 발표한 정책(6,000억원)을 포함해 연간 1조4,000억원가량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1조4,000억원이라고 하나 실제 그보다 몇 천억원 이상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16년 6,700억원의 수수료 감소 효과가 발표됐을 때는 카드 이용액의 고성장, 금리 하락, 카드론 수익 확대 등을 통해 카드사들의 이익이 큰 변동 없이 유지됐으나 내년에는 과거와 같이 이익이 유지되는 모습은 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수수료 인하 효과가 이전보다 큰데다 제로페이와 간편결제 시장 확대로 카드이용액 성장이 둔화되는 점, 금리 상승 추세, 국제회계기준(IFRS) 9 적용에 따른 대손 부담 확대, 경기침체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의 기타 외부환경도 나빠지는 탓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조달금리 인상도 업계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카드사의 경우 연간 130억원 정도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카드사들은 경영난 가중에 따라 인위적인 구조조정 등 비용절감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카드 업계 관계자는 “일자리 창출 정부가 투박하게 시장개입을 했다가 되레 일자리를 축소하는 부메랑을 맞게 됐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은 인적 효율화와 함께 마케팅 비용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다만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가 올해 1월 희망퇴직을 단행해 각각 200명, 23명의 직원이 퇴사하는 등 무작정 인력을 줄이기도 한계가 있어 난감한 실정이다. 오히려 모집비용 축소로 인해 카드모집인들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카드사 사장은 “회원 모집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등 직접비용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결국 전략적 비용 절감 외에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다른 카드사 사장은 “생존 위기에 내몰린 만큼 다른 계획을 세울 형편이 못 되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연간 7%로 제한된 금융(현금서비스·카드론) 총량규제를 완화하거나 현행 3년 의무기한이 지나도 축소하지 못하는 부가서비스 완화 및 폐지가 시급하다고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논리가 아니라 사회적 논리로 바뀌어 신규 먹거리를 찾기 위한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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