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2일 오후 금융위원회 관련 업무에 대해 서면으로 지시사항을 내놓자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가 특정 부처에 대해 공개적으로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현안 보고 이후 대통령 지시사항을 서면으로 발표한 적이 없지는 않았지만 관례적으로 벌어지는 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금융을 홀대한다”는 비판까지 들어왔던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금융 업무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혁신을 통해 서민 부채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기업 자금 조달이 원활해져야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도는데 이 분야에서 속도가 나지 않아 직접 가속페달을 밟고 나섰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먼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카드 수수료 문제에 대해 소상공인들의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수수료 절감 방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특히 연 매출 10억원 이하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 신용카드 매출 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현행법에 따라 신용카드 매출 10억원 이하 사업자는 500만원 한도 내에서 납부세의 1.3%를 공제 받고 있는데 이 한도를 더 올리라고 한 것이다. 당정은 지난 8월 소상공인 지원 대책에서 이 세액공제 한도를 700만원으로 증액한 바 있으며 이번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200만원선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10억원 이하 자영업자들이 앞으로 연간 최대 700만원 세금을 덜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카드 수수료 체계는 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서만 우대 수수료를 적용하고 있으며 5억원 초과 가맹점은 일반 수수료를 내고 있어 매출 5억~10억원 구간의 자영업자들이 과도한 수수료 부담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에 대한 일종의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매출 10억원까지 우대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이 결과를 다음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또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일괄담보제도’ 도입도 적극 검토하라고 이날 지시했다. 일괄담보제도는 부동산 등 유형자산 외에도 지적재산권이나 동산 등 유무형의 자산을 모두 담보로 잡아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권에서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지만 문 대통령이 평소 금융 관련 회의 때 여러 차례 언급했던 내용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은 이밖에 금리 상승기를 앞두고 서민금융지원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하는 한편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및 조선 등 제조업 분야에서 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금융혁신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하면서 동시에 금융 업무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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