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증가폭 3,000명이라는 최악의 고용쇼크를 보였던 지난 8월 고용동향은 공공·행정 부문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였다. 당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만4,000명(7.4%)이나 늘었고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부문도 2만9,000명(2.6%) 증가했다. 사실상 공공 부문이 이끌어가는 형국이다.
지난달 고용 수치는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취업자 증가폭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공공기관을 더 쥐어짜고 있다. 단기 일자리를 포함해 공공기관에 최대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에너지와 금융 등 일부 기관은 채용을 두 배까지 늘릴 예정이다.
◇코레일 등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 두 배 이상 늘려=7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공공기관의 올해 하반기 채용 규모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린 곳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1,060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했던 코레일은 올해 상반기 이미 1,105명의 직원을 새로 뽑았다. 하반기에 예정된 신규 채용인력은 1,000명으로 올 한해에만도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2,105명을 뽑을 계획이다. 한국전력공사 역시 정부의 채용확대 방침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올 하반기 채용 규모를 688명으로 확정했던 한전은 5일 개최된 ‘2018 하반기 전력그룹사 합동 채용박람회’에서 채용 인원을 1,108명으로 발표했다. 고졸자와 전문직 등이 포함되면서다. 결과적으로 올해 신규 채용 인원은 지난해(1,574명)보다 100명 이상 늘어난 1,693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뿐 아니다. 지난해 133명을 선발했던 한국가스공사는 올해 297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해외자원개발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석유공사도 지난해 2명에서 올해는 42명으로 신입직원 선발을 크게 늘린다. 한국도로공사는 같은 기간 188명에서 255명으로, 한전KPS는 284명에서 471명으로 늘었다. 한전 KDN 역시 104명에서 128명으로 증가했고 한국교통안전공단도 68명에서 83명으로 채용 규모를 키웠다.
금융공기업도 마찬가지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 280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380명으로 확정됐고 산업은행은 57명에서 65명, 수출입은행은 28명에서 50명으로 신입 채용인원을 늘렸다. 기술보증기금도 76명에서 119명으로 정원을 늘려놓았다.
◇정부 배점 상향 등 전방위 압박 “최대한 많이 뽑아라”=공공기관의 움직임은 정부가 신입 채용을 최대한 늘리라고 압박하는 데 따른 결과다. 최근 고용쇼크가 발생하면서 압박의 강도도 커졌다. 단순업무 같은 단기 일자리까지 늘리라고 공공기관에 주문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공공 부문에서 8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규모가 계속 커지는 셈이다. 지난달을 비롯해 올 하반기까지 고용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없는 것도 이유다. 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늘릴 수 있는 일자리는 최대한 만들어내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입장”이라며 “정규직을 포함해 최대한 추가로 뽑을 여력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사회적 가치항목 평가지표에 포함했다. 배점도 5점에서 최대 37점으로 대폭 확대했다. A 공기업의 한 관계자는 “채용을 늘린다는 것은 조직의 규모를 키운다는 말인데 내부 직원 입장에서는 나쁠 게 없다”며 “정부 방침도 직원을 최대한 많이 뽑으라는 것이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국민 부담인데…마구잡이 식으로 늘리는 인원=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채용 확대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단기적인 일자리 성과를 위해 채용 규모를 무턱대고 확대하다 보면 결국 그 부담을 미래 세대가 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올해 채용을 확대하는 공공기관 중 상당수는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한전은 상반기 적자만도 1조원에 달하고 코레일 역시 매년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공공기관에서 채용을 늘리는 것은 업무와 관련된 움직임이라기보다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라며 “지금 당장 후유증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몇 년만 지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을 이렇게 확대하면 향후 10년간 그 기관은 신입을 뽑을 수 없다”며 “일자리는 경제 활성화를 통해 풀어야지 세금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종=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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