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세계 3대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호주 제2금융권 금융그룹인 페퍼그룹 인수에 필요한 자금 2억3,100만 유로(약 3,000억원)를 푸르덴셜 등 해외투자가로부터 유치했다. KKR은 지난해 12월 자산 49조원의 페퍼그룹 경영권을 인수해 지분 57%를 확보했는데 이번에 미래에셋대우를 통해 인수 후 사업재편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했다.
KKR은 인수금융으로 확보한 3,000억원 중 약 1,700억원을 페퍼그룹 본사의 기존 차입금을 갚는 데 쓴다. 나머지 중 840억원은 포르투갈 은행인 방코프리머스 인수에 투입하고 280억원은 국내계열사인 페퍼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에 포함된 주요 해외투자가는 영국 푸르덴셜그룹 홍콩법인의 중소·중견기업 투자펀드, 골드만삭스 출신이 세운 자산운용사,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의 아시아태평양 투자펀드 등 3곳이다. 국내에서는 교직원공제회가 하나금융투자와 공동 조성한 인수금융펀드를 만들어 투자했고 자금은 리딩투자증권이 댔다. 주선사인 미래에셋대우도 모집금액의 일부를 맡아 자기자본(PI) 투자가로 동참했다. 국내외 투자가는 앞으로 3년간 원화 기준 7% 후반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인수금융 금리가 4% 중반인 데 비해 높은 수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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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투자가가 페퍼그룹에 주목한 것은 우선 실질적 차주가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이고 자금이 들어가는 펀드가 안정적인 채권형 투자를 주로 하는 크레디트 펀드라는 점 때문이다. KKR이 페퍼그룹 인수를 결정한 이유 역시 투자가들의 구미를 당겼다. 호주 금융당국은 최근 호주 4대은행 중심으로 이뤄지던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는데 이에 따라 2금융권 시장점유율 1위인 페퍼그룹이 직접 수혜를 입게 됐다. 페퍼그룹의 주요 비즈니스는 ‘비적격대출(non conforming loan)’이다. 기존에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다가 당국의 규제 강화로 막힌 대출수요를 흡수하되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서브프라임’ 등급보다 위인 프라임(prime) 등급의 대출만 취급한다. 담보인정비율(LTV) 기준 최대 68%까지만 대출해주기 때문에 LTV 60%를 안전선으로 보는 국내 은행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호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투자 대상 가격이 비교적 낮고 환율도 유리해 아시아태평양 투자처 중 새로운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금융은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이 지휘하는 글로벌 본사가 직접 KKR과 푸르덴셜 등 투자가와 접촉하고 국내 본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자기자본을 활용해 총액 인수하며 금융주선자의 지위를 따냈다. 박 회장은 최근 미래에셋그룹에 총액 인수 후 국내외 투자가에 나눠 파는 주선사에 그치지 말고 직접 자기자본을 투자해 투자가의 신뢰를 쌓고 수익을 다변화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투자가 이의 일환인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호주 역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고 당국의 규제가 2금융권까지 강화될 경우 페퍼그룹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임세원·조윤희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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