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덕순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을 비공식 방문했다. 다음달 본격화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앞두고 정부의 노동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재계를 달래기 위해 청와대가 사전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황 비서관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을 방문해 손 회장과 30분가량 비공식 면담을 진행했다. 경총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인사차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공개 면담이라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총은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일정인 만큼 손 회장과 황 비서관의 면담 자리에서 민감한 주제가 다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최근 노동계가 잇달아 복귀를 결정하면서 다음달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앞두고 황 비서관이 손 회장에게 재계의 협조를 당부했을 가능성은 높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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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경총은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에 대해 재계를 대표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을 때도 경총은 “주급이나 월급을 최저임금 환산을 위한 시급으로 바꿔 계산할 때 유급 휴일을 제외하고 실제 일한 근로 시간만을 포함시키는 현행 시행령이 타당하다”고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 ‘최순실 게이트’로 치명상을 입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대신해 경총이 사실상 재계를 대표하고 있는 만큼 손 회장을 청와대 비서관이 이례적으로 방문함으로써 재계의 신뢰를 얻겠다는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손 회장 역시 지난달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김준동 대한상의 부회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 노사정 대표 6명이 모여 진행한 만찬을 주재하는 등 ‘사회적 대타협’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만큼 청와대 역시 손 회장을 중요한 대화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비공개 일정이기는 하지만 청와대가 재계와의 접점을 넓혀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황 비서관의 방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설사 중요한 대화가 오고 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재계 인사를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통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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