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미국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북한 정보기술 인력 국외송출과 관련해 북한인 1명과 중국과 러시아 소재 기업 2곳을 제재명단에 추가했다. 북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제재 완화는 힘들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은 이날 오전10시50분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 청사 앞에서 개소식을 열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오늘 온 겨레의 소망을 받들어 또 하나의 역사가 시작된다”며 “평화의 새로운 시대, 사무소는 남북 상시 소통의 창구”라고 밝혔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북과 남이 우리 민족끼리의 자양분으로 거둬들인 알찬 열매”라며 “판문점 선언 이행을 더욱 가속화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무소에는 남한 정부 관계자 20명이 상주하며 북측도 15~20명 정도의 상주 인력을 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365일 소통창구 마련=우선 연락사무소가 열린 것은 남북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여전히 위태로운 급물살이 흐르는 한반도에서 남북을 잇는 튼실한 다리가 놓인 느낌”이라며 “(연락사무소에 상주하는 직원들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모습이 개성을 벗어나 한반도 전체로 확대되는 날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사무소에는 우리 측에서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산림청 등 관계부처에서 파견된 20명이 상주하며 근무한다. 시설유지 관리에 필요한 인력 10명을 포함하면 총 30명 규모다. 북측도 15~20명 정도가 상주할 것으로 파악된다. 사무소에 상주하며 실무를 총괄할 사무처장은 우리는 김창수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맡았다. 김 사무처장을 비롯한 남측 인원은 월요일 오전 사무소로 들어갔다 금요일 오후 귀환하는 방식으로 근무한다. 주말에는 당직자가 남아 돌발 상황 등에 대비한다. 개성공단 내에 위치한 지상 4층, 지하 1층 건물로 2층에 남측 사무실, 4층에 북측 사무실이 있으며 중간에 있는 3층 회담장에서 수시로 만나는 구조다.
◇文 대통령, 서해 직항로로 방북=이날 판문점에서 오전9시부터 오후2시까지 진행된 정상회담 실무협의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서해 직항로로 방북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택한 방식이다. 김정숙 여사도 동행할 예정이다. 권혁기 춘추관장은 브리핑에서 “남측 선발대는 16일에 육로로 먼저 가기로 했으며 양 정상의 첫 만남과 주요 일정은 생중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정의 큰 줄기는 정리가 됐다”고 전했다. 경제인 등 특별수행단과 주요 일정은 이르면 16일 발표할 예정이다.
13일 아침10시에 시작됐던 군사실무회담은 14일 새벽3시까지 이어졌으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평화수역 조성을 포함한 포괄적 군사 분야 합의서 실무 문제를 논의했다. 다만 서해 평화수역에 대해 우리는 NLL을 기준으로 남북 해역에 일정한 면적의 완충지대를 설치해 해상사격 금지 조치 등을 하자는 입장이지만 북측은 NLL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전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美, 추가 제재 나서=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남북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지만 미국은 대북 제재를 내놓으며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남북관계 발전을 경계하고 나섰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PAC)은 13일(현지시간) 북한 국적의 정성화(48)와 중국에 있는 정보기술(IT) 업체인 옌볜실버스타, 그리고 이 회사의 러시아 소재 위장기업인 볼라시스실버스타를 각각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한편 남북회담 준비 자체가 너무 촉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음주 화요일에 대통령이 방북하는데 이를 위한 실무회담은 나흘 전인 14일 열렸다. 청와대는 4·27 정상회담 때는 여야 대표 초청 오찬,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 등 남북회담의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지만 이번에는 원로자문단 간담회만 개최했다. 북한은 이날 아침까지도 개성사무소 북측 소장이 누구인지 우리에게 알려오지 않기도 했다./개성공동취재단 이태규·박우인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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