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세포치료제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가 미국에 이어 유럽 진출을 공식화하며 국내외 제약 기업들 간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CAR-T의 치료 효과와 범위를 보다 높이려고 애쓰는 기업들의 노력을 통해 관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3일 외신 및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차세대 면역세포항암제로 꼽히는 CAR-T 치료제 ‘킴리아(Kymriah)’와 ‘예스카르타(Yescarta)’를 유럽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나란히 허가했다. 글로벌 제약 기업 노바티스의 킴리아가 지난해 8월,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예스카르타가 10월 각각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를 받은 지 딱 1년여 만에 유럽에도 진출하게 된 것이다. 이번 허가로 두 치료제는 EU 28개 회원국과 노르웨이·아이슬란드 등 유럽경제지역(EEA) 회원국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난치암 정복을 가능하게 할 획기적 치료제로 꼽히는 CAR-T가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시장을 넓힘에 따라 개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10여곳이 넘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CAR-T 치료제 개발을 선언한 상황이다.
글로벌 제약사 500건 넘는 임상
GC녹십자셀·앱클론·툴젠 등
국내 기업 10여곳도 개발 총력
부작용·비싼 비용 해결에 초점
CAR-T는 환자 본인이 가진 강력한 면역세포인 T세포를 추출해 면역력을 더욱 높이도록 유전공학적으로 재프로그램한 후 다시 환자에게 주입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맞춤형 치료제다. 기존 방법으로 치료할 수 없었던 급성백혈병(ALL) 환자의 완치율(완전 관해율)을 80%까지 끌어올리며 기적의 항암제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다. 단 과다 면역반응 등 부작용이 심하고 일부 환자와 고형암에는 효과가 없으며 치료를 위해 5억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등 비용이 지나치게 비싼 점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이런 이유로 CAR-T 개발에 나선 대다수 바이오 기업 역시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컨대 GC녹십자셀의 경우 미국 바이오 기업 리미나투스파마와 손잡고 결장·직장·췌장·위·식도의 전이성 종양(고형암)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GCC CAR-T를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벤처 앱클론은 CAR-T의 대표적인 부작용인 과다 면역반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의 효과를 껐다 켜는 ‘스위치’ 기술을 적용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유틸렉스 역시 국립암센터와 손잡고 CAR-T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궁리 중이다. 툴젠도 자체 보유하고 있는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활용해 CAR-T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 상업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에서는 미국·중국을 필두로 500건 이상의 CAR-T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며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하리라 전망되는 상황에서 우리 역시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CAR-T 치료제 시장은 지난 2017년부터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53.9%씩 성장해 2028년 83억달러(약 9조2,0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경미·우영탁기자 km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