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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넘어…추상으로 공명하다

이성자·아드난 2인전

생전 서로 만난 적 없는 두 작가

전쟁 등 삶의 궤적·예술 태도 닮아

서울 화이트큐브서 3월7일까지

에텔 아드난의 태피스트리 작품 '파랑돌(Farandole·춤)’ /제공=화이트큐브




서울 청담 화이트큐브에서 열리고 있는 이성자와 에텔 아드난의 2인전 '태양을 만나다' 전시 전경 /제공-화이트큐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추상화가 이성자(1918~2009)와 레바논 태생의 예술가 에텔 아드난(1925~2021). 두 사람은 생전 서로 만난 적이 없었고 어쩌면 서로의 존재조차 몰랐을 지 모른다. 그러나 두 사람이 걸어온 삶의 궤적과 예술에 대한 태도는 무척이나 닮았다. 이성자는 1951년 한국전쟁 무렵 세 아들을 두고 프랑스 파리로 떠났고 아드난도 레바논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했다. 전쟁과 이산의 상처를 안고 타국에서 살아가며 남성 중심의 전후 추상미술계에 발자취를 남기고자 고군분투했다. 30대 이후 작업을 시작한 늦깎이 예술가이자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작품에 진하게 담겼다는 것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서울 청담동 화이트큐브는 올해 첫 전시로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성사시켰다. 이성자의 작품 10점과 아드난의 작품 9점을 나란히 전시하며 닮은 듯 또 다른 두 작가의 사후 예술적 대화를 이끌어냈다. 전시 제목 ‘태양을 만나다’는 아드난이 1968년에 인류 최초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의 죽음을 기리며 쓴 애가에서 차용했다. 땅에서 시작해 마침내 우주로 향한 두 작가의 사유를 제목에서부터 담아내고자 했다. 전시를 기획한 수잔 메이 화이트큐브 글로벌 아트 디렉터는 “인류가 처음 우주에 도착하면서 마침내 지구를 하나의 행성으로 바라보게되는 시선적 전환이 이뤄졌다”며 “아드난의 작품에는 태양과 달, 이성자의 화면에는 행성계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구조가 자주 등장한다는 점에서 우주에 대한 두 사람의 지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자, ‘In the Bed of Torrent(1961)’ /제공=화이트큐브


에텔 아드난, ‘Plage Deserte, 1960s(2022)’ /제공=화이트큐브


실제 전시장에서 만나는 두 사람의 첫 인상은 묘하게 닮았다. 따뜻한 오렌지와 갈색, 노랑 등 대지적 색감을 주로 사용하고 파랑과 보라가 스며들어 하늘과 우주를 떠올리게 한다. 또 화려한 색채의 짧고 가는 붓질을 수차례 반복하고 중첩한 끝에 나타나는 이성자 회화의 직조감은 아드난이 실로 한땀 한땀 엮어간 태피스트리 작업과 연결된다. 두 작가 모두 추상의 언어를 쓰지만 대지와 우주에 대한 탐구를 사각형과 원형 등 기하학적 형태로 응축해냈다는 점도 비슷하다.

차이도 있다. 이성자의 작품은 1960년대 ‘여성과 대지’ 연작이 주로 걸렸는데 반복되는 사각 프레임과 대칭적 구성, 정교한 격자 무늬 등으로 질서감 있는 구축미가 도드라진다. 반면 아드난의 2010~2020년대 작품들은 서정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색채가 시선을 끈다.



아드난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이기도 하다. 메이 디렉터는 “아드난은 회화뿐 아니라 글과 철학도 뛰어난 여성 예술가로 줄곧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지만 10년이 걸렸다”며 “서로 다른 역사와 지리적 배경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대화를 나누는 풍경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7일까지.

아텔 에드난 /제공=화이트큐브


프랑스 남동부 투레트 쉬르 루에 위치한 자신의 아틀리에 '은하수'에서 이성자가 작업하고 있다. 1980년대 촬영된 사진 /제공=화이트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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