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오는 9월부터 저축은행의 부당금리 부과 사례를 직접 조사하는 한편 연내 저축은행의 여신 약관을 개정해 향후 법정 최고금리가 추가 인하됐을 때 기존 차주도 인하 혜택을 보게 할 계획이다. 또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저축은행의 명단을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감원은 30일 이 같은 내용의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금리 운용실태’를 내놓고 앞으로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가 차주 신용등급 및 상환능력과 무관하게 고금리를 부과해 지나치게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고 판단한다. 시중은행의 경우 신용등급별로 어느 정도 금리 차이가 있는 반면 저축은행은 사실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최고 금리인 20%를 일괄적으로 물리는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이날 저축은행이 내준 5월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의 평균 금리는 22.4%에 달하고 전체 신용대출 차주 109만1,000명 중 78.1%인 85만1,000명이 20%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받고 있다는 자료를 전격 공개했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경우 저축은행의 1·4분기 NIM은 6.8%로 국내 은행 평균인 1.7%보다 네 배가량 높다는 분석 결과도 공개하며 저축은행의 고금리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차주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반영한 대손 감안 NIM도 저축은행이 4.0%로 국내 은행의 평균 1.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김태경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저축은행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금리가 20%를 넘기는 대출이라고 해서 모두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중(中)신용자로 볼 수 있는 5등급 구간부터 저축은행들이 20% 넘는 금리를 일괄 부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급전이 필요해 저축은행을 찾은 서민들에게 법정 최고 금리를 제시하는 저축은행의 오랜 영업 관행을 고치라고 압박한 것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금감원의 압박에 초긴장하고 있다. 특히 9월 이후 실시하는 부당금리 부과 조사에 부담을 느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금감원의 조사 의지에 따라 일부 상위권 저축은행의 경우 그동안 받았던 이자를 토해낼 가능성도 있어서다.
일부에서는 저축은행의 특수성을 외면한 조치라며 부글부글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안 되는 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을 찾아 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싸더라도 신속하게 대출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금융 약자’ 논리를 앞세워 앞뒤 재지 않고 터무니없이 금리를 높여 받는다는 식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또 저축은행이 부실률을 줄일 수 있는 심사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우량 차주만 ‘체리피킹’해서 금리를 더 낮게 가져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저축은행의 여신심사능력이 부족한데도 ‘왜 금리를 터무니없이 높게 받느냐’며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당국에 대한 불만도 확산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금리가 높아도 고객 수요가 있는데 고금리 대출은 무조건 악한 것이라고 몰아가면 결국에는 저축은행의 고객 일부가 사채 등으로 몰리는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개입해 어느 정도 개선점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금융당국이) 균형감각을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약관 개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크다. 현재 대부업법상 금리 인하는 법정금리가 내린 후 신규 대출자부터 적용되는데 금감원이 소급 적용을 요구하는 탓이다. 예를 들어 올해 약관 개정 후 21% 금리를 적용받아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내년 법정금리가 20%로 내리면 이 차주에 대한 금리는 자동으로 1%포인트가 낮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법을 뛰어넘는 초법적인 약관 개정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약관은 고객과 금융회사의 약속이기 때문에 법 규정보다 앞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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