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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말 그친 김상조 'CVC 허용'...구글식 벤처투자 활성화 못한다

공정거래법 개편안 최종보고서

특위 위원들 "금산분리 원칙 유지"

한국만 혁신성장 동력 대기업 배제

거액 M&A 스타트업 기업결합 신고

전속고발제 폐지 여부 공정위로 넘겨

이봉의(왼쪽부터) 서울대 교수,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 이황 고려대 교수 등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별위원회 분과 위원장들이 지난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종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벤처투자 자회사 구글 벤처스(GV)는 최근 행사공간 예약서비스 업체 ‘피어스페이스’에 180여억원을 투자했다. 공유경제를 결혼식이나 펜션 등 공간활용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에서다. 하지만 한국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이런 식의 투자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금산분리’ 규제 탓에 대규모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해 유망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는 ‘기업벤처캐피털(CVC) 제도’ 도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특위)는 이 같은 내용의 최종보고서를 확정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빈 말 그친 김상조 위원장의 ‘CVC 허용’…한국만 여전히 대기업 배제=특위는 대기업의 CVC 진출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결론냈다. 대신 벤처지주회사의 자산총액·자회사 지분율 요건 하향하도록 공정위에 권고했다. 유진수 특위 위원장(숙명여대 교수)은 이와 관련해 “금산분리 원칙을 바꾸지 않는다는 데 특위 위원들이 대부분 의견을 같이 했다”며 “벤처지주회사의 요건 완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수치는 나중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위의 권고안을 받아 최종 정부안을 확정하는 공정위도 같은 입장이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창업 활성화라는 목적이 같기 때문에 벤처지주회사 요건 완화로 방향을 잡았고 CVC 도입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구글·애플 등 해외 대기업들은 CVC를 통해 창업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인데, 한국만 혁신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는 대기업을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해외와 달리 국내 대기업을 통한 벤처 투자 활성화는 요원해진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현재도 국내 대기업들은 금산분리 규정 때문에 지주회사 대신 대주주나 지주회사 밖에 있는 관계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 유망 기업보다 해외 기업에만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온 결정적인 원인이다. 벤처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벤처지주회사 요건을 완화해주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 것이지만 핵심은 대기업이 벤처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하는 것이었는데 무산돼 업계는 상당히 아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4월 10대 그룹 CEO와 만날 때부터 CVC 허용 의사를 수차례 밝혀왔던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발언도 빈말이 됐다.





◇거액 M&A 스타트업도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해야=최종안에는 그간 특위가 지난 두 차례의 토론회를 통해 밝혔던 방안 이외에 추가된 사안이 있다. 기업결합 신고 대상 확대가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자산총액·매출액(신고회사 3,000억원, 상대회사 300억원) 등 규모 기준만 적용해 신고 의무를 부과했지만 이 기준이 미달하더라도 일정 인수가액 이상이면 공정위에 신고하도록 했다. 성장잠재력이 큰 스타트업이 인수·합병(M&A)을 벌이면 거액에 인수해도 매출액이 적어 신고대상에서 빠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지난 토론회에서 언급됐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도 최종안에 포함됐다. 상장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을 기존 30% 이상에서 20% 이상으로 적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규제 대상 회사들이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렇게 되면 규제 대상은 현재 203개에서 441개로 두 배 이상 증가한다. 특위는 이와 함께 △기업결합, 거래거절·차별취급 등 불공정거래행위 등에 대한 형벌 조항 폐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국내총생산(GDP)의 0.5%로 연동 △금융·보험사,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 한도 5%로 제한 등에 의견 일치를 이뤘다.

◇공정위로 공 넘긴 전속고발제 폐지 여부= 관심을 끌었던 전속고발제 폐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공정위에 최종 판단을 맡겼다. 현 제도 보완·유지 의견(5명 찬성)이 입찰 담합과 같은 경성담합 등 중대 위한 행위에 대한 선별 폐지 의견(4명)보다 다소 많았다. 전면 폐지 의견은 없었다. 특위는 대신 검찰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리니언시 정보를 검찰 수사에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공정위는 특위의 권고안을 토대로 정부 입법안을 만들어 다음 달 중순 입법 예고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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