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무역전쟁,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 등 ‘글로벌 리스크’의 영향이 과소평가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각국의 위기 대응능력은 실제보다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며 국제공조체계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부총리는 21~2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세계 경제의 주요 위험요인과 정책대응’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이번 회의에는 주요 20개국과 초청국의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금융안정위원회(FSB) 등 주요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 자리에서 무역갈등, 국가·지역 간 성장 불균형, 금융시장 불안 등을 세계 경제의 주요 하방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최근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다른 회원국들도 신흥국으로부터의 급격한 자본유출 등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을 필두로 한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고조되는 무역갈등에 대응하기 위해 ‘자유롭고 공정하며 규범에 기반한’ 무역시스템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발언에 나선 김 부총리는 세계 경제의 위험요인과 관련해 세 가지 요인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우선 위험요인들 간 상호작용이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 요인들이 복합되면 예상치 못한 위기로 전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위험요인이 현실화 되면 건전성이 취약한 신흥국뿐 아니라 더 많은 국가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개별국가들은 자국의 정책이 다른 나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 김 부총리의 제언이다. ‘나홀로 호황’ 속에 기준금리 인상 고삐를 조이는 한편 보호무역주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김 부총리는 마지막으로 각국의 위기대응 능력이 과대평가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지속돼온 높은 정부부채, 낮은 정책금리 등으로 각국의 정책여력이 감소하면서 위기에 대응할 능력이 충분치 않을 수 있는 만큼 국제공조체계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국제금융체제, 기술발전과 금융, 일의 미래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특히 디지털 분야의 기술혁신과 암호화 자산 관련 논의에서 김 부총리는 “(암호화폐 등) 암호화 자산에 대한 국가별 취급의 차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규제차익(regulatory arbitrage) 문제에 대해 추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술적 실업과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한 ‘일의 미래’ 논의에서는 우리 정부의 8대 선도사업 가속화, 혁신창업 지원,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 운영 등이 모범 정책사례로 소개됐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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