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11일 고(故) 정몽헌 전 회장 15주기 추모 행사를 북한 금강산에서 개최하기 위한 대북 민간접촉 승인을 통일부에 신청했다.
정부는 오는 12일 신청을 승인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으며 북측도 최근 남북 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방북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는 8월 4일 정 전 회장의 기일을 맞아 3년 만에 금강산 추도식이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대그룹 측은 이날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정식으로 제출했고 정부 승인이 나면 곧 북측과 접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현대그룹의 신청에 대해 연례적으로 진행돼 온 순수 추모 행사라는 점을 고려해 12일 중에 승인 통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현재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준비를 위해 금강산에 상주하고 있는 ‘시설 개보수단’을 통해 현지에서 북측과 곧바로 접촉해 이 문제를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북측이 현대와의 사전 접촉에서 방북을 수용하고 뒤이어 우리 정부도 방북을 승인할 경우 사실상 금강산 추모 행사는 확정된다. 구체적인 추도식 일정과 계획은 북한 당국과의 논의를 통해 최종 결정한다는 게 현대그룹의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특히 이번 방북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함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 회장이 남편인 정 전 회장의 금강산 추모식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2009년, 2013년, 2014년 등 모두 3차례였다.
이번 방북이 성사될 경우 현 회장은 북한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자연스럽게 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강산관광 주사업자는 현대아산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에도 통일부에 정 전 회장의 금강산 추도식 개최를 위한 방북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으나 북한 측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행사가 무산된 바 있다. 현대그룹이 2003년 8월 4일 정 전 회장 별세 이후 매년 요청해온 금강산 추모식을 위한 방북 요청을 북한이 거부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2016년에는 북한 핵실험 등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으로 현대 측이 처음으로 방북 신청을 하지 않았었다. 지난해에는 11월 금강산관광 개시 19주년 행사를 현지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했으나 북측이 “아직 어렵다”고 통보함에 따라 무산됐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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