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펀드가 출시와 동시에 시중 자금을 끌어모으며 흥행 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상품이 나온 지 두 달여 만에 3조원 가까운 투자금이 쏠리며 일부 펀드는 조기 품절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인기에 비해 아직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투자 수익률만 놓고 보면 국내 주식형 펀드를 앞서고 있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절반의 성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대가 큰 코스닥벤처펀드 투자전략을 다시 점검해본다. 북미회담 이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외부변수에 변동성이 커지는 시장에서 코스닥벤처펀드는 틈새 재테크 상품으로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맞춰 출시된 코스닥벤처펀드는 자산의 50%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 해제 후 7년 이내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의 주식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가운데 15% 이상은 벤처기업의 신규 발행 주식이나 무담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해야 하는 조건을 지니고 있다. 코스닥 신규 상장 공모주식의 30%를 우선 배정하고, 3년 이상 투자 시 투자금액의 3,000만원까지 10% 소득공제(한도 300만원) 혜택을 제공하는 ‘1석3조’ 펀드로 각광을 받았다.
펀드 개수는 이미 200개를 넘어섰고, 수익률은 지난 8일 기준(에프앤가이드 집계) 2.36%에 달해 국내 주식형 펀드(1.28%)보다 앞선다. 기대한 만큼 투자 활성화에 기여했고,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지만 성적표는 아쉽다. 연초 활황세를 보이던 코스닥 시장은 남북 화해 모드라는 대형 호재에도 바이오주 거품 논란 등에 휩싸이며 박스권에 갇혀 더 높이 날지 못했다.
까다로운 조건 탓에 운용상의 제약도 적지 않아 긍정적인 평가만 나오지도 않는다. 벤처기업의 신규 발행 주식, CB, BW 등에 기본적으로 투자가 집행돼야 하는 만큼 투자금 쏠림 현상이 나온다. CB, BW 발행도 급증해 투자 위험은 커졌고 향후 주가 변동성을 키울 불씨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 공모주에도 투자가 이어지다 보니 공모가 거품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 명분이 시장을 어지럽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일단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잘못된 점은 고쳐 나가며 벤처기업 성장을 위한 마중물로 삼는 동시에 투자자들이 부의 증식 수단으로 삼을 수 있게끔 코스닥벤처펀드를 더욱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초반 탐색전을 끝낸 코스닥벤처펀드 시장에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운용사의 성과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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