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 고공행진을 이어온 휘발유 가격이 최근 34개월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고스란히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에 속앓이를 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런 ‘억울함’의 핵심으로 유류세를 꼽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28일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가격이 2015년 7월 이래 최고치인 1,570원대에 돌입했다. 이는 약 3년 만인 34개월 만이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5월 누적 평균 국내 휘발유 가격이 ℓ당 1,572.59원을 기록한 것이다. 휘발유 가격은 올해 들어서부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1월에는 1,551.76원, 2월 1,564.55원, 3월 1,557.85원, 4월에는 1,551.33원으로 줄곧 1,550원대 이상을 유지해왔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국내 정유업체들이 국제유가 상승세에 편승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에서 약 60%를 세금이 차지한다고 강조하는 업계는 내부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5월 누적 평균 국내 휘발유 가격(ℓ당 1,572.59원) 중 유류세는 919.91원으로, 920원을 넘었던 2014년 12월(924.64원) 이후 4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유류세가 휘발유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8.5%다. 결과적으로 정유사 손익에 기여하는 순수 제품 가격은 전체 휘발유 가격에서 유류세를 뺀 값인 약 650원 정도다.
유류세는 ▲ 교통에너지환경세 ▲ 수입 부과금 ▲ 수입 관세 ▲ 부가세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교통에너지환경세(ℓ당 745.89원)다. 여기에 ℓ당 16원이 부과되는 수입 부과금까지 더한 761.89원은 유가 흐름과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적용되는 세금이다. 나머지 국제유가의 3%를 부과하는 수입 관세와 최종 가격에 붙는 부가세는 유가 현황과 연동된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국내 기름값이 비싸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제품 가격의 비탄력성 때문”이라며 “휘발유 가격의 약 60%를 차지하는 920원 정도가 세금이고, 그 세금 중에서도 761.89원은 유가 변동과 상관없이 정액으로 부과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순수 제품 가격보다 세금이 더 많은 셈인데, 이는 자동차가 세금으로 달리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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