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중은행들도 연달아 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예·적금 금리는 보통 연 2% 수준이다. 4%대 적금이 나왔다고 해도 깐깐한 우대금리 요건을 모두 채워야 한다. 예·적금은 목돈 마련보다는 저축습관을 들이는 데 사회초년생에게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는 이유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지만 예·적금 금리 말고도 다른 ‘티끌’을 끌어와야 언젠간 태산이 될 테다. 전문가들은 예·적금을 해둔 사회초년생들에게 한 단계 더 나아가 펀드 가입을 제안한다.
학창시절에 경제학과를 나오거나 주식투자동아리를 들지 않는 한 ‘펀드’는 개념부터 생소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펀드는 ‘돈을 모아 무엇을 산다’는 뜻이다. 한 사람이 살 수 없는 것을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사는 게 펀드다. 돈을 모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고, 투자에 따른 배당수익이나 이자수익을 돈 모은 사람들끼리 나눠 갖는 것이다. 물론 손실이 나면 손실도 나누게 된다. 무엇보다 펀드 매니저가 자금운용을 고객 대신 맡아주기 때문에 개인 주식투자를 하는 것과 달리 본인이 신경 쓰는 게 덜하다. 또 남북정상회담으로 연관 주식이 올라가는 것처럼 펀드 가입자는 주요 현안들을 꾸준히 살펴보며 투자 공부를 할 수도 있다.
무엇을 사느냐에 따라 펀드 종류는 대표적으로 주식형 펀드, 채권형 펀드 등으로 나뉜다. 은행권 전문가들은 사회초년생에게 채권형 펀드를 권유한다. 주식형보다 채권형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주식과 채권의 속성 차이인데, 회사의 실적이나 현안에 따라 주식의 증감 폭이 크다. 반면에 회사채나 국채 같은 채권은 만기가 정해져있어 원금을 돌려받는 것이 보장된다. 채권을 발행한 회사나 국가가 망하지 않는 리스크도 적다.
정리하자면 펀드 가입은 예·적금보단 이익률이 높으며, 채권형 펀드 위주로 들다 보면 안정성도 일정 부분 보장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여윳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단 월마다 주기적으로 투자를 하는 적립식 펀드를 드는 것이 사회초년생에겐 합리적이다.
복잡하게 들어가면 펀드 종류는 다양하다. 주식형과 채권형을 합친 혼합형 펀드, 부동산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 그 외에도 만기를 앞둔 채권만 모아둔 머니마켓펀드(MMF), 상장지수펀드(ETF), 레버리지 ETF, 인버스 ETF 등 복잡하다.
그렇다면 이런 펀드 가입과 상담은 어떻게 할까. 증권사 또는 은행을 통해 가입하면 된다. 증권사와 은행은 어디까지나 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사기 때문에 둘 중 어디에서 가입하든 큰 상관은 없다. 다만 연광희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팀장은 “거래은행을 통해 펀드상품을 가입하면 그에 따른 거래실적이 적용돼 향후 대출을 받거나 할 때 혜택이 따라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사회초년생으로서는 연금저축펀드나 세제혜택이 있는 펀드 등을 가입해 볼만하다”고 말한다. 연금저축펀드는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도 해주고 노년에 연금을 돌려준다. 펀드로서 투자를 수익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연금저축펀드는 채권형, 주식형, 혼합형 등으로 또 나뉘기 때문에, 앞서 말한 것처럼 안정성을 추구한다면 채권형이 맞다.
KEB하나은행은 주식형 연금저축펀드로 ‘행복Knowhow연금저축계좌’가 있다. 이 계좌를 통해 최대 5개의 펀드에 분산해서 투자가 가능하고 납입원금 연 400만원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은퇴 시점을 정해두고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을 조절해주는 자산배분 펀드(TDF)인 ‘신한 마음편한 TDF’ 상품이 있다. KB국민은행의 개인형퇴직연금(IRP)을 가입하면 연간 최대 115만원의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본인의 거래은행을 통해 펀드에 가입할 거면 은행 영업지점에서 하는 것보다 비대면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론 상담은 우선 은행 영업지점에 가서 받아야겠지만 비대면으로 가입하면 수수료가 0.7~0.8% 정도 낮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현섭 국민은행 스타자문단 팀장은 “적립식 펀드라고 해서 손해가 안 나는 것은 아닌 만큼 손해 보는 것이 싫다면 예·적금 금리를 꼬박꼬박 받는 게 맞다”면서 “사회초년생한테는 여윳돈을 쪼개서 기본적으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청약저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을 중심으로 재테크를 한 뒤 펀드를 드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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