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이후부터 줄곧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청년실업 문제가 전체 연령대로 확산하고 산업 전반의 고용 부진이 계속되면서 ‘일자리 정부’라는 구호는 무색해졌다. 더욱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면서 서민들의 일자리만 앗아가고 있다. 민간기업이 뛸 수 있는 규제 개혁은 외면한 채 재정에만 의존해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커지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기존의 공약 등에 매몰되지 말고 고용 쇼크의 정확한 원인을 진단한 뒤 적확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일자리 문제가 특정 연령대나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악화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연령계층별 실업자와 실업률을 살펴보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0대만 3.8%에서 3.7%로 소폭 감소했을 뿐 다른 모든 연령층에서는 일제히 증가했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1.3%에서 11.6%로 상승했고 40대(40~49세)와 50대(50~59세)는 각각 0.3%포인트, 0.7%포인트 오른 2.8%를 기록했다. 특히 60세 이상은 2.7%에서 3.8%로 무려 1.1%포인트 급증했다. 정부는 앞으로 닥칠 재난 수준의 청년 실업난에 대비한다며 이달 초 3조9,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계획을 내놓았지만, 비단 청년뿐만이 아닌 세대 전반의 고용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별 일자리 상황도 심상치 않다. 최저임금 연관성이 높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일자리는 지난달 각각 9만6,000개, 2만개 감소하며 지난해 말부터 인건비 상승에 따른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감소세는 지난해 6월 이후 무려 10개월 연속이다. 최저임금 연관업종 일자리는 지난 1월 7만5,000개, 2월에는 14만5,000개가 줄어든 데 이어 3개월 연속 대거 증발하고 있다. 대학구조조정과 학생 수 감소로 교육서비스업에서는 7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부동산 규제와 건설업 위축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업에서는 취업자 3만 명이 줄었다. 일자리가 그나마 증가한 분야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8만8,000명)과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5만9,000명) 정도로 정부 재정 투입 효과로 풀이된다. 민간 스스로 만든 의미 있는 일자리 증가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정부 출범 1년이 다 돼 가지만 고용지표는 자꾸 악화하는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산업이 침체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등 기업 경영 환경까지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또 일자리를 늘린다며 지난해 추경 편성에 이어 올해도 재차 추경에 나서며 확장 재정 정책을 펴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날 고용부진에 대해 “청년 일자리 대책과 추경을 차질없이 조속히 추진한다”며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대답을 내놓았다. 국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산업 전반에서 일자리 감소세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 이슈까지 남아있다”며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일자리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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