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 모였다. 한국GM·성동조선 등 비상이 걸린 구조조정 현안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이날 자리에는 하나의 ‘숨은 안건’이 더 테이블 위에 올랐다. GM 문제를 관리하는 주무부처를 어디로 할지 정하는 문제였다.
25일 복수의 정부 및 국책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경제부총리는 GM 주무부처를 산업부에서 금융위로 옮기는 게 낫겠다는 판단 하에 이관 방안을 검토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소관인 산업은행이 GM의 주요 주주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행하게 될 출자전환·신규대출 등이 모두 금융업무인 만큼 금융위가 GM 전반을 총괄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김 부총리가 산업부의 구조조정 역량을 믿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관가에서 돌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업무는 과거부터 금융정책국을 중심으로 한 ‘모피아(재무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전문 영역이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느닷없이 산업부가 맡게 됐고 이후 결과물이 신통치 않아 김 부총리가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산업부는 20일 국장급 인사를 단행해 GM 담당 국장을 전격 교체했는데 전임 국장이 업무를 맡은 지 불과 6개월여밖에 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볼 수 있다.
김 부총리의 부처 교체 아이디어에 뜻밖에도 백 장관이 아닌 최 위원장이 ‘수비수’로 나섰다. 최 위원장은 20일 회의에서 “구조조정에서 금융과 더불어 산업적 측면을 보기 위해 주무부처를 산업부로 옮겼는데 위기가 발생했다고 다시 원상 복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를 내세웠다고 한다. 김 부총리는 결국 한 발짝 물러서 “주무부처는 산업부로 유지하되 주요 안건에 대해 부처 간 협의를 강화한다”는 방향으로 논란을 일단락했다.
GM 등 구조조정 업무에 밝은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산업부는 (구조조정) 아마추어고 금융위는 가능한 거리를 두려고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라며 “이 와중에 김 부총리마저 청와대로부터 구조조정 전권을 위임받지 못해 어설픈 ‘삼각 편대’가 꾸려진 게 현재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GM과 최전선에서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산은 내부에서도 구조조정 업무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산은에서 기업 구조조정으로 잔뼈가 굵은 정용석 전 부행장이 지난해 말 물러난 배경을 두고 지금까지도 다양한 억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지난해 금호타이어에 대해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을 추진했다가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문책이 있었고 이 때문에 산은 고위 인사들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져 정 부행장이 결국 옷을 벗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 부행장은 법무법인 김앤장의 고문으로 옮겨 가 구조조정 업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서일범기자 세종=김상훈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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