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이 김(18·미국)이 소개되자 관중 사이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펄럭였다.
2016년 한 대회에서 여자 선수 최초로 100점 만점을 찍은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여자 스노보드 최고 스타이자 한국인 부모를 둔 재미동포 선수. ‘김선’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다. 생애 첫 올림픽이 부모님 나라에서 열려 더 특별하다던 그는 긴장될 만도 한 무대에서 이름에 걸맞게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타임이 꼽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30인에 3년 내리 포함됐던 클로이 김은 이대로 금메달까지 달리면 미국 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된다.
12일 평창 휘닉스 스노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예선 1차 시기에서 91.50점을 획득, 성공적인 첫걸음을 뗀 ‘스노보드 천재’ 클로이 김은 2차 시기에서는 95.50점을 기록해 경기장 열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1차 시기 점수에 다소 만족하지 못한 듯 혀를 쏙 내밀어 보인 그는 2차 시기 뒤에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반 원통 형태의 경기장에서 그는 최대 3.5m를 날았다. 다른 선수의 거의 2배에 이르는 높이다. 다른 선수는 엄두를 못 내는 2연속 1,080도(세 바퀴) 회전 기술은 13일 결선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클로이 김은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평창에서도 1,080도 연속회전 기술을 멋지게 잘해내고 싶다. 이 기술을 눈여겨보면 재밌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프파이프 예선은 2차례 연기 중 높은 점수를 반영한다. 24명 중 상위 12명이 결선에 나가며 2위는 중국의 류자위(87.75점), 3위는 일본의 마쓰모토 하루나(84.25점)가 차지했다. 한국의 권선우(18·강원체고)는 35점으로 예선 탈락. 클로이 김이 이날 받은 95.50점은 2014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케이틀린 패링턴(미국)의 당시 점수(91.75점)보다도 높다. 클로이 김은 소치올림픽에는 연령제한 탓에 참가하지 못했다.
그는 1차 시기 뒤 트위터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글을 남기는 등 영락없는 10대 소녀다운 모습이다. 전날에는 “너무 긴장되는데 추로스를 사 먹으니 좀 나아진다”고 적었다. 경기에는 클로이 김과 함께 최근 슈퍼볼 광고에 등장해 더 화제가 됐던 아버지 김종진씨 등 가족들이 응원군으로 나섰다. 경기 후 클로이 김은 “결선에서 더 집중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파이프 상태도 좋고 경기 환경도 마음에 들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평창=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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