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게임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잔치를 벌였다. 이들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데는 스마트폰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플랫폼 중심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광고는 물론 콘텐츠·커머스 등 전 분야에 걸쳐 모바일 부문 매출이 급증했다.
포털·게임사들이 모바일을 기반으로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지만 이면에는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포털·게임사들이 모바일 비즈니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스마트폰 과의존과 게임 과몰입 문제 해소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넥슨과 카카오는 8일 지난해 각각 2조2,987억원과 1조9,7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28%와 35%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 매출이다. 영업이익은 넥슨이 전년대비 123% 증가한 8,856억원을, 카카오는 42% 늘어난 1,650억원을 기록해 역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네이버와 넷마블,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각각 4조6,785억원, 2조4,248억원, 1조7,587억원 등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뒀다. 국내 게임 빅3와 양대 포털 등 5개사의 매출을 합치면 지난해에만 13조원에 달하고 영업이익은 3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들 포털·게임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모바일 부문이 급성장한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모바일 게임이 득세하고 있고 포털 역시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광고·콘텐츠·서비스 등 전영역에서 모바일 비중이 크게 늘었다.
포털·게임사들이 앞다퉈 모바일 비즈니스를 강화하면서 스마트폰 과의존도가 심화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만 3세 이상 69세 이하 스마트폰(인터넷) 이용자 1만가구(2만9,712명)를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고위험군+잠재적위험군)은 18.6%(786만명)로 전년(17.8%) 대비 0.8%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만 3~9세 이하 유아동의 경우 위험군이 2015년 12.4%에서 지난해 19.1%로 급증했다. 과의존 위험군의 유아동이 스마트폰을 통해 주로 이용하는 콘텐츠는 게임(89%)이 가장 많았고 영화·TV·동영상(71.4%)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은 메신저(98.8%), 게임(97.8%) 순이었다.
이처럼 스마트폰 과의존과 게임 과몰입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포털·게임사들은 이를 완화·해소하는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65% 이상이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게임사들은 문화재단이나 공익재단을 설립해 인재양성이나 어린이 재활병원 및 도서관 설립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게임 과몰입을 해소하기 위한 직접적인 활동은 거의 없다. 정부와 종교계, 시민단체, 기업 등이 주축이 돼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인한 역기능 폐해를 알리고 예방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쉼 캠페인’에 KT와 SK브로드밴드, 삼성SDS 등 IT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나 포털·게임사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5월 게임중독을 정신건강질환으로 분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스마트폰 과의존과 게임 과몰입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지난 6일 열린 제4회 NTP 행사에서 “게임업계 종사자 모두의 고민”이라면서 “게임산업협회 중심으로 움직이겠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2010년부터 3년 단위의 ‘인터넷·스마트폰 바른사용 지원 종합계획’을 마련해 예방 교육과 상담 치유 등의 프로그램과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으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늘어나는 등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뿐더러 지원예산도 2016년 153억원에서 지난해 147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김범수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장은 “최근 크게 높아진 유아동의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사회적 차원에서 강구해야 한다”며 “포털·게임사뿐 아니라 이통사와 제조사들까지 관련 기업들이 힘을 합쳐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 해결을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캠페인에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행경·양사록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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