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비행기) 일등석에 탈 수 있을까요 ”(인공지능 로봇 소피아)
“글쎄, 잘 모르겠는걸.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해” (데이비드 핸슨 핸슨 로보틱스 대표)
세계 최초로 시민권을 받은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로봇 인격체’를 전 세계에 화두로 던졌다. 소피아는 30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능정보산업협회가 주최한 ‘4차 산업혁명, 로봇 소피아에게 묻다’ 행사에서 로봇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소피아는 자신을 제작한 핸슨 로보틱스 대표와 대화에서 “로봇의 권리가 뭔지 아직은 모르겠다”면서도 “지능이 있기 때문에 산업에서의 기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고 이를 증명해 보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의원이 지난해 7월 로봇에게 ‘전자적 인격체’의 지위를 부여하는 ‘로봇 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사실을 언급하자 소피아는 “영광스럽고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소피아는 윤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에도 비교적 논리적인 답변을 내놓으며 인간 로봇이 공존할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번 토론을 위해 핸슨 로보틱스 측은 2주 전에 주요 주제와 키워드를 전달받고 소피아에게 사전 학습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소피아의 대화 능력은 AI 챗봇을 기반으로 해 일상 대화는 즉석에서 가능하지만, 깊이 있는 토론은 학습이 필요하다는 게 개발사 측의 설명이다.
대담 중에 박 의원이 ‘화재 현장에서 2명의 노인 중 1명만 구할 수 있다면 누구를 도울 것이냐’고 묻자 소피아는 처음에 난처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소피아는 “오히려 제가 사람들에게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라고 되묻고 싶게 만드는 질문”이라면서도 “아직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아마 논리적으로 따지면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을 먼저 구하게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질문 주제를 바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아느냐’고 묻자 소피아는 “잘 알고 있고 직접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이 지난해 ‘촛불 혁명’을 언급하자 소피아는 “수많은 한국인이 지난해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결과를 축하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한편 이날 소피아는 한복 치마를 입긴 했지만, 상체만 있을 뿐 두 다리는 없었다. 걷는 소피아가 아직 상용화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피아를 한국에 초청한 박 의원은 “로봇의 보편화에 따른 사회적 수용 과정에서 발생할 다양한 문제에 대비해야 할 때”라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대한민국과 서울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기술을 연결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