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넬대 의대(웨일코넬의대)의 뇌졸중·치매 전문가인 코스탄티노 이아데콜라 박사팀이 지난 15일 영국의 과학 전문지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 인터넷판에 발표한 논문의 결론이다.
연구팀이 실험쥐에게 사람의 하루 권장량(티스푼 4분의3)보다 많은 티스푼 1개 이상의 소금이 든 먹이를 줬더니 몇 주 가지 않아 뇌혈관을 포함한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에 장애가 나타나고 뇌로 가는 혈류량도 줄었다.
소금을 과다 섭취한 쥐의 장(腸)에서는 염증성 면역 반응이 일어나 면역세포(TH17)의 수와 혈액 속 염증 유발 물질인 인터루킨-17(IL-17)이 급증했다. IL-17과 염증 반응은 혈관 내피에서의 산화질소(NO) 합성·분비를 억제했다. 산화질소는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 흐름을 개선하고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에 새로운 기억들을 형성하게 하는 등 인지기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금 과다 섭취에 따른 염증 반응으로 산소가 풍부한 혈액이 뇌로 흘러가는 게 부분적으로 차단돼 뇌를 산소 부족(허혈성) 상태로 만들어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인지기능 저하,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IL-17은 사람의 뇌혈관 내피세포에도 쥐 실험에서 나타난 것과 같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시험관시험 결과 확인됐다.
실제로 소금을 과다 섭취한 쥐들은 뇌혈관 시스템에 장애가 나타나 인지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미로 찾기 테스트에서 탈출구를 제대로 찾지 못해 공간·위치 기억력이 떨어졌음을 보여줬다. 소금을 과다 섭취한 쥐들은 이런 과제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시기가 정상적인 쥐보다 8~12주 앞당겨졌다.
그러나 실험쥐에게 고염분 먹이를 끊고 보통 먹이를 주기 시작하자 4주 만에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과 뇌로 들어가는 혈류량이 정상을 되찾았다.
이아데콜라 박사는 “소금 과다 섭취는 모든 주요 질병과 관련이 있는 염증을 유발한다”며 “특히 염증 반응으로 산화질소가 부족해지면 뇌 신경세포에 산소와 포도당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인지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들의 연구 결과는 식습관 조절과 장의 변화, 특히 IL-17이라는 염증 유발 물질의 영향을 차단하는 약물 개발을 통해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을 늦추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체내에 너무 많은 나트륨이 있으면 우리 몸은 체액과 나트륨의 균형 유지를 위해 과도한 수분을 유지한다. 이는 혈압을 높여 심장이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을 뇌 등 각종 장기로 밀어내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심장은 혈액순환을 위해 무리하게 돼 심장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뇌도 산소가 부족해져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인지기능 저하 등이 초래된다. 이아데콜라 박사는 “실험쥐와 시험관시험 결과로 미뤄볼 때 염분 과다 섭취는 상호작용을 통해 치매를 일으키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식습관이 뇌 건강과 연결된다는 ‘장-뇌 연결축(axis)’ 이론을 입증하는 새로운 증거”라고 덧붙였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