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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건강검진, 병의원 돈벌이 수단인가

지난해 검진 투입비용만 1조3,000억

질병 조기발견 한다지만 실효성은 '글쎄'

"검진 신뢰가지 않는다" 불만 목소리 커져

일각선 "정부 의료지원 다양화해야" 지적

지난 1990년대 초반 41.2%에 그쳤던 국내 암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010년대로 접어들며 70.3%로 훌쩍 뛰었다. 뛰어난 효과의 항암제가 등장하고 최첨단 수술 기법이 도입되는 등 의료기술 전반이 발전한 덕분도 있지만 많은 의료진은 사람들이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게 된 것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신장암의 경우 조기에 발견할수록 생존율이 급격히 높아지지만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쉽지는 않은 질환”이라며 “하지만 최근 건강검진이 정기화되며 신장에 이상 유무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생존율 역시 1990년대 50% 수준에서 현재 70%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된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나 1년에 한 번 혹은 2년에 한 번 무료로 병의원의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행된 국가건강검진은 초기에는 직장인 등 근로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곧 근로자의 가족으로, 최근에는 만 0세 신생아로까지 범위를 확대하며 바야흐로 ‘전 국민 검진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대상 질환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일반건강검진을 통해 고혈압·당뇨병 유무 등 만성질환을 확인할 수 있으며 2005년부터 시작된 암 조기 진단 사업을 통해서는 5대 암(위암·자궁경부암·유방암·대장암·간암) 발병 유무에 대한 확인도 주기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국민들이 주의해야 할 질병·질환에 대해 국가가 무료로 정기검사를 받도록 해주는 이런 제도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마냥 좋은 제도라고 칭찬하기에는 반론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건보 재정이 병의원의 돈벌이 수단에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검진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은 연간 1,000억원꼴로 늘어나 지난해 기준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8년 전인 2008년보다 딱 두 배 많아진 수치다. 전국 건강검진기관 수도 2008년 6,000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 2만곳을 돌파했다.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수천만원대 ‘프리미엄 건강검진 상품’은 더 이상 뉴스거리도 못 될 정도다. 보건산업진흥원이 매년 발간하는 병원분석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2015년 100병상당 평균 건강검진 수익은 12억5,206만원에 이른다. 상급종합병원의 병상 수가 1,000~2,000병상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건강검진으로만 연간 100억~200억원 상당을 벌어들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병원이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이득이 돌아오는 제도라면 ‘윈윈’이겠지만 과연 투입된 비용만큼 만족을 얻고 있느냐가 가장 큰 문제다. 실제로 돈을 내는 자(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회사)와 서비스를 받는 자(국민 또는 직장인)가 다른 상황에서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제공하는 종합건강검진을 수년째 받고 있는 이희진(34)씨는 “할 때마다 느끼지만 어떤 항목은 그냥 빨리 진행하고 넘기는 요식행위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결과지의 경우도 전문용어들이 많아 해석하기도 쉽지 않아 검진 자체에 신뢰가 별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진이(37)씨 역시 “수년째 수면 위내시경 검사를 받고 있는데 받고 나면 며칠간은 몸이 으슬으슬하고 목이 따가운 증상이 이어진다”며 “의료계에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빨리 진행하려고 검사를 거칠게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며 다음부터는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수면 마취는 피하라는 조언까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더 큰 문제는 정기 건강검진의 과잉진단 혹은 오진의 위험성이다. 한 달 전 국가에서 실시하는 유방암 검진을 받은 이정순(45)씨는 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오른쪽 유방에서 미세석회화가 발견됐다”는 얘기를 듣고 확대촬영 등 추가 검사를 진행한 끝에 초기 유방암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씨는 불안 속에서 의료진 권유에 따라 대학병원을 향했고 초음파 검사를 비롯한 각종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현재로서는 유방암으로 보기 어렵다”며 “6개월 뒤에 한번 더 검사를 해보자”는 말을 들었다. 이씨는 “정기검진을 통해 이상 증세를 확인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괜히 불필요한 추가 검사만 반복하고 있는 게 아닌지 싶다”며 “몇 번 더 검사를 받아 ‘이상 없음’을 확인하면 기쁘겠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들인 내 시간과 비용을 누구에게 보상받겠나 싶어 마음이 무척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연례행사처럼 행해지는 건강검진이 정말로 질병의 조기 진단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지난해 8월 이상길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2008~2014년 위암 진단을 받은 40세 이하 환자 564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끝에 “위내시경 검진에 따른 조기 진단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위암 환자 중 최근 2년 이내에 검진을 받은 환자의 조기 위암 비율은 67.6%이고 검진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환자의 조기 위암 비율은 65.7%로 비슷했다. 캐나다의 예방건강관리특별위원회(CTFPHC)가 최근 발표한 연구 역시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1년에 한 번씩 종합건강검진을 받는 것은 소소한 증상에 대한 심리적 불안을 가중시켜 건강 증진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강검진 사업에 집중되고 있는 정부의 한정된 의료 자원을 다른 중요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의료인은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데 이 같은 사건·사고로 인한 급성 외상 환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인 유종수(47)씨는 “개인마다 더 신경 쓰이는 질환 등이 다를 수 있는데 천편일률적인 검진을 받기보다는 차라리 바우처 형태로 지급해 각자 조절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경미·김정욱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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