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9일 이사회를 열어 사임한 이광구 행장 후임을 선임하기 위한 임원추천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안, 절차 등을 확정 짓는다. 특히 이날 이사회에서는 우리은행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하는 인사의 임추위 참여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9일 이사회를 열고 임추위 구성과 참여 멤버 등을 확정 짓는다. 지난 5일 열린 이사회에서 지분 18%를 보유한 예보 측이 “감사원 감사에서 배임 등 직무유기 문제가 걸릴 수 있다”며 임추위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이어서 예보 추천 비상임이사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예보 추천 인사의 임추위 포함은 사실상의 관치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익명의 한 사외이사는 “(정부의) 잔여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정부가 최고경영자(CEO) 선임과정에 개입에 나서면 누가 사겠느냐”며 정부 측 인사의 참여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특히 민영화 1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차기 행장 선임 과정에서 정부 입김이 작용하면 과점주주 체제가 깨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행장이 사임을 표명한 후 일주일 만에 주가가 7%나 하락한 것을 놓고도 정부 개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우리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관치’ 논란에 대해 “최대주주인 예보나 정부는 나름대로 우리은행의 가치가 유지되거나 더 높아지길 원하고 있다”며 사실상 임추위 참여 가능성을 열어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일부 보도에) 새로운 행장 선임에 예보가 참여할 것처럼 나오는 데 사실이냐”고 질문하자 “자율경영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이 때문에 9일 열리는 이사회에서는 임추위 구성과 참여 멤버를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현재 사외이사뿐 아니라 우리은행 직원, 노조 모두 정부 개입 없이 내부 인사를 행장에 올려 사태를 조기 수습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서다. 우리은행의 관계자는 “정부가 약속한 우리은행의 자율경영을 불과 1년도 안 돼 어겨서는 안 된다”며 “내부 수습은 과점주주의 대표격인 이사회에 맡겨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회에서 예보 측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임추위는 후보 요건을 지난 1월 민선1기 행장 선정 때처럼 ‘최근 5년간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전·현직 부행장급(지주는 부사장급) 임원과 계열사 대표이사’로 규정할 계획이다. 공모를 받은 뒤 11명의 지원자 중 6명을 1차 면접 대상자로 선발하고 다시 3명으로 압축한 뒤 마지막 토론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자로 낙점하는 절차다.
그러나 예보 측이 이번 사태를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명분을 앞세워 임추위에 참여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은 없다. 이 경우 후임 행장 선임을 놓고 갈등이 격화돼 후속 임원 인사는 물론 내년 경영전략까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다.
한편 우리은행은 이날 내부 혁신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해 △인사시스템 혁신 △기업문화 혁신 △고객 중심의 윤리경영을 3대 추진 방향으로 정하고 세부 혁신 과제를 발굴하기로 했다. 이 행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침체된 조직을 재정비하고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합병 후 입행한 실무직원 위주로 TFT를 구성하고 발굴한 혁신 과제는 직원 공청회 등을 실시해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할 계획이다. /황정원·서일범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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