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이사장 공모과정에서 정치권 개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르면 다음 주 공식 발표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내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 국민연금과 국회 등에 따르면 김성주 전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 본사가 있는 전북 전주가 지역구인 김성주 전 의원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면서 “약 2주일이 소요되는 막바지 검증을 마친 추석 연휴 이후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 정부 들어 전남과 부산에 비해 전북 출신 인재 등용이 소홀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이른바 전북 홀대론을 해소하려는 것도 이번 인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성주 전 의원은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전북 지역 시민사회와 전북도의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인물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드는 국민참여운동 전북본부 사무처장을 지냈고, 19대 국회에서 전주시 덕진구에 출마해 보건복지위원을 맡았다. 통상 2년만 하는 상임위를 4년 동안 한 점에서 정치인 중에서는 비교적 복지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국민 2,000만명이 가입하고 기금규모만 6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수장으로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각이 나온다. 새 이사장을 공모하는 임원추천위원회도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알려 졌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연금이 정치권력에 휩싸이면서 국민적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개인의 자질과는 별개로 정치권 출신 인사를 선임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있다. 한 전직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은 “최순실 사태를 겪고서도 이번 인선에 대해 아무도 비판을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가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국민연금의 성격을 복지제도로 보고 있는 현 정부에서 실제 기금을 운용하는 본부장과 별개인 공단 이사장에 국민연금 소관 상임위 출신 정치인을 임명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오히려 전직 정치인 출신을 임명하면 국회 등의 과도한 간섭에서 방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국민연금 내부에서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그 동안 불거진 국민연금 논란을 고려해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에 깨끗하고 개혁적인 인물을 임명하겠다고 천명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지배구조를 확고히 해 운용 투명성을 높이고 기금운용 독립성을 키우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성주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혁안을 담은 법 개정안을 내놓는 등 국민연금에 관련한 종합적인 개선을 추진하기도 했다.
현 정부 국민연금 공약의 밑그림을 담당한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국민연금은 정치권에서 독립해야 하지만 재벌로부터도 독립해야 하며 국민의 복지제도인 국민연금을 지나치게 재무적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공적연금의 역할을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연금 이사장을 확정한 후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 공모도 진행할 예정이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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