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회사인데 STX그룹에 속한 것만으로 피해를 입었어요. 임직원과 합심해 다시 일류회사를 만들겠습니다.”
미스터 워크아웃,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오른팔로 불리며 오랫동안 구조조정을 집도해온 이성규 유암코(연합자산관리) 대표가 STX엔진 인수에 성공하며 밝힌 포부다. 유암코는 한앤컴퍼니 등 쟁쟁한 국내 사모펀드들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대표는 “STX엔진은 선박과 발전, 방산 부문의 엔진 제조를 40년간 하면서 군을 포함한 탄탄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엔진을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엔진 부품을 교체하고 관리하는 등 서비스 기업으로 사업 형태를 발전시켜가고 있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STX엔진은 선박용 엔진과 발전기를 생산하는 민간 부문과 전차·군함의 엔진을 만드는 방산 부문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매각자인 산업은행은 방위사업청의 허가를 고려해 해외투자금을 굴리는 사모펀드 운용사보다 유암코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이 대표는 STX엔진이 부실기업의 자회사지만 법정관리까지는 가지 않아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며 4,100억원의 차입금을 떠안고 시가총액 2,800억원인 지분에 적정 가치를 매겨 인수할 계획이다. 그는 “법정관리 기업은 부채는 줄지만 담보채권을 인수하는 것이어서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자율협약은 부채가 남아 있지만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어서 수익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채가 남아 있더라도 법정관리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은행 등 채권단은 충당금을 덜 쌓아도 돼 서로 이익이 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을 활성화시켜야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는 법정관리 기업은 자구노력과 신규 자금 지원이 이어지며 긍정적으로 인식되지만 우리나라는 신규 자금 지원이 막혀 망하는 기업으로 낙인이 찍혔다”며 “채권단도 법정관리 기업에 빌려준 자금은 부실로 처리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빚만 늘어나는 좀비기업을 양산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신규 자금 지원을 받고 조기에 법정관리를 벗어난 기업은 은행이 빌려준 자금에 대해 건전성 분류를 올릴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해줄 것을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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