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부동산대책’ 이후 매매가 뚝 끊기면서 가을철 전세 대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1~2012년 부동산 거래절벽 이후 나타났던 전셋값 폭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서민을 괴롭힌 미친 월세·전세를 잡겠다”며 시장에 미리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전세 시장 불안은 서울과 수도권의 일부 지역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상반기 내 집 마련을 끝낸 세입자들이 많은데다 수도권 입주 물량도 워낙 많기 때문이다.
23일 서울 강남·목동·잠실 등 주요 지역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반적으로 보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계절적인 요인으로 오히려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약세를 보이는 지역도 있다. 강남 대치동 미도 126㎡의 경우 10억원 선이었던 전세가 한 달 만에 호가 기준으로 9억3,000만~9억 5,000만원선까지 내렸다. 은마 역시 84㎡가 5억~5억5,000만원선의 기존 가격 수준에서 전세 매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래미안대치팰리스와 같은 새 단지의 경우 최대 1억원까지 떨어졌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이전에 실거주자들이 매매를 많이 한데다 입주 2년차 및 신규 입주 아파트의 매물이 여럿 나와 있어 전세 가격은 약보합 수준”이라고 전했다.
목동 역시 전세 수요보다는 매물이 더 풍부한 편이다. 신시가지14단지 84㎡는 올해 초 이사철 성수기와 같은 가격대인 5억~5억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비수기라 전세 거래가 뜸한 것은 맞지만 과거 비수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면서 “평수를 넓혀 가려는 수요도 감소하는 등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전세를 찾는 사람이 줄었다”고 말했다.
재건축 재개발 수요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만큼 심각한 전세난을 초래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강남권 최대 재건축 이주 단지로 꼽히는 개포주공 4단지(2,840가구)의 경우 기존 아파트는 전세금액이 1억2,000만~1억3,000만원선에 불과한 소형 아파트 위주였다. 대부분의 거주자들은 분당·위례·하남 등 수도권 및 포이동 다세대 주택 쪽으로 이주하고 있어 강남 전세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개포주공 1단지(5,040가구)의 이주는 빨라야 내년 상반기에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가 3분의1가량 진행된 둔촌주공(5,930가구)의 경우 최근 인근 지역인 고덕동·성내동 전세가의 상승 요인이 되기는 했다.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고덕 등의 전세 가격이 부담스러운 경우 물량이 풍부한 하남미사 쪽으로 움직여 전세가 추가 상승 요인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도권의 풍부한 입주 물량도 전세 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요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부터 연말까지 서울 및 수도권에서 입주할 새 아파트가 10만6,200여가구에 달한다. 서울(9,300가구), 경기도 (8만가구), 인천(1만2,000가구) 등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2010년 이후 최대 입주 물량을 기록하면서 전국적으로 전세 시장은 안정될 것”이라며 “서울의 일부 지역은 이사철에 반짝 강세를 보일 수 있어도 과거와 같은 ‘전세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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