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소멸시효 완성 특수채권’ 소각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은행은 연체가 길어질 것 같은 채권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상각처리해 특수채권으로 관리하는데, 이중 소멸시효를 연장하지 않아 추심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채권이 이에 해당한다.
금융채권의 시효는 채권자가 돈을 한 푼도 갚지 않은 시점부터 5년이다. 하지만 은행이 소송을 통해 채무관계가 확인되면 시효가 10년 늘어난다. 시중은행은 시효 만료 기간이 임박하면 채무자의 사정이나 추심 가능성 등을 검토해 시효를 포기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소송비용 등을 감안해 이보다 더 받을 수 있다고 하면 법적 절차를 통해 시효를 연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소각하는 식이다.
소멸시효 완성 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9만7,136명(자영업자 포함), 4조9,760억원이다. 하지만 일부 은행에선 소멸시효 완성 채권 규모가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아 실제 소각이 가능한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시중은행은 최근 들어 개인 채무자들의 시효 완성 채권 소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먼저 신한은행은 1만9,424명에 대한 채권 4,400억원을 소각했으며 KB국민은행도 9,800억원의 특수채권을 전량 소각했다. 우리은행도 26일 기초생활 수급자와 고령자 등 사회 취약계층 등을 포함한 개인 1만8853명을 대상으로 원금과 이자 등 총 1,868억원 규모를 소각키로 했다.
KEB하나은행 역시 지난해 4월 외환은행과 전산 통합작업을 하면서 특수채권 1462억원을 소각 처리했다. 하나은행은 그 이후에도 분기별로 특수채권을 집계해 소각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농협은행도 하반기 소멸시효 포기완성 채권 소각을 검토 중이다. 은행 관계자는 “현황 파악하고 검토하는 단계”라며 “추후 금융당국의 업무 지침과 지시에 따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소멸시효 완성채권 감면 등록 절차를 완화한다는 방침이고, 새 정부 들어서도 행복기금 보유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연체 채권을 소각하기로 하는 등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에 대한 무한정의 추심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김보리·조권형 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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