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의 ‘갑’으로 꼽혔던 ‘왕훙’들이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수십만 명의 온라인 팬을 보유한 왕훙 모시기에 사활을 걸었던 뷰티업체들이 올해는 사드 이슈로 사실상 왕훙 마케팅을 중단한 것이다.
실제로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뷰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왕훙 초청 행사 계획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왕훙을 초청해 샴푸 브랜드 ‘려’를 알려온 아모레퍼시픽은 올 들어 왕훙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해당 행사를 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9명의 왕훙을 초대해 ‘숨’ 브랜드 인지도 올리기에 나선 LG생활건강 역시 올해 왕훙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잇츠스킨과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유명 로드숍 뷰티 브랜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왕훙은 왕뤄훙런(網絡紅人·온라인 유명인사)의 줄임말로, 중국 온라인과 SNS상에서 다수의 현지 네티즌에게 엄청난 파급력을 미치는 인물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파워블로거’나 ‘인스타그램 셀럽’, ‘인기 유투버’와 비슷한 개념으로, 최소 수십 만 명에서 많게는 수 백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왕훙 마케팅이 무용지물이 된 이유는 사드 배치 이슈로 한중 관계가 불안정해지면서 마케팅 효과가 미미해져서다. 실제 A급 왕훙을 초청하면 하루에 드는 비용이 최소 3,000만원 이상, C급 왕훙을 초청하는 데도 하루 1,00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상황에서 이 같은 비용을 감수하고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인기 왕훙을 통해 중국 소비자에게 브랜드 효과를 톡톡히 봤지만 올해는 사드 배치 이슈로 해당 마케팅을 모두 접는 추세”라면서 “우선은 악화한 한중 관계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왕훙들 역시 일부 중국 소비자들의 반발로 인해 한국 화장품 홍보나 섭외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신규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유명 왕훙과 중국시장 공략을 하려했지만 최근 한국 브랜드를 판매하면 해당 왕훙의 웨이보 계정에 악성 댓글이 줄이어 다른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도 “왕훙들 자체도 중국 정부나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고 한국 활동에 부담을 느끼며 업체의 섭외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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