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대지 않고도 귀에만 꽂고 있으면 통화를 할 수 있는 ‘이어 마이크’는 소음이 있는 곳에서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어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입니다”(벤처기업 ‘해보라’ 관계자)
“제품을 개발하고도 매출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무엇이고 제품 하나만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판매 전략은 무엇입니까?”(대성창업투자회사 심사역)
28일 오후 2시 서울 강남 역삼동의 ‘팁스타운’.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도 투자금이 없어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는 벤처기업과 ‘될성부른 떡잎’을 찾아 나선 벤처캐피털(VC)과의 질의 응답 속에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유망 기술기업으로 뽑혀 사업발표에 나선 스타트업들이지만, 벤처투자가들의 질문은 송곳같았다.
이날 스타트업 80여개사가 입주해 있는 팁스타운에서는 벤처캐피털(VC)들이 창업·벤처기업 집적지를 직접 방문한 방식인 ‘찾아가는 투자 IR(기업설명회)’이 처음으로 열렸다. 정부는 창업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벤처기업들은 “투자자 만나기 어렵다”란 하소연이 이어지면서 중소기업청이 아예 VC들이 벤처기업들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 투자설명을 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신동원 DSC 인베스트먼트 수석팀장은 “투자 유치를 받은 기업과 곧 투자 유치가 예상되는 기업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하는 것은 흔치 않는 기회”라며 “이번 IR행사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고 반겼다. 이날 팁스타운에서는 10개 업체가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것을 비롯해 75개의 기업이 33명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과 투자 상담을 했다.
특히 이날 투자설명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이른바 ‘실리콘밸리식 투자설명방식’. 회사가 3분 이내에 사업내용을 발표하고 투자심사역들이 3분간 질문하는 형식이다. 3분 동안 얼마나 압축적으로 사업을 설명해내느냐가 투자자 유치의 성패를 결정하는 셈. 중기청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성공하면 향후에는 결국 미국 등 외국으로 진출해야 하는 점을 감안해 실리콘밸리에서 시행하고 있는 투자IR방식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화소 카메라 모듈용 공학필터를 만드는 엘스퀘어의 이태근 사장은 “3분내 투자자들에게 사업을 설명하는게 굉장히 생소했지만, 이같은 IR이 흐름을 이루고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됐다”고 평가했다. 위치기반서비스(LBS) 업체인 코디스페이스의 이효영 사장도 “3분내 스피치는 처음이었는데 투자자들에게 기업과 제품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송현인베스트먼트의 김경식 투자팀장은 “3분내 발표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상당히 일반화된 방식”이라며 “회사의 컨셉트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중기청은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6월 중순까지 매주 지역을 순회하며 투자자와 만남을 주선한다. 서울을 시작으로 경기(4월6일), 대전(4월10일), 광주·전남(4월20일), 부산·울산(4월26일) 순으로 3개월 동안 전국 11개 권역에서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총 510개사의 벤처기업이 1,510회의 투자상담을 벌일 예정이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벤처캐피털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투자상담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규모면에서도 가장 크다”며 “우수한 기술을 가진 창업기업들이 지역에 관계없이 투자유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영일·한동훈기자 hanul@sedaily.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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