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buy) 코리아’에 나섰던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바이(bye) 코리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외국인은 847억원의 순매도를 보이며 10 거래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멈췄다. 시장은 외국인의 매도세에 0.35%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3월 들어 무서울 정도로 한국 주식을 쓸어담았다. 단 이틀만 팔았을 뿐이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2조3,280억원, 4조5,303억원 순매도에 나섰지만 외국인만 홀로 5조1,120억원을 사들여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사들인 11조3,359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45.1%를 채웠다. 외국인 투자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보유 시총도 530조원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말 479조원이던 외국인 보유액은 올 들어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고 코스피 외인 비중도 2016년 말 31.74%에서 이날 현재 33.15%까지 증가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현대차(005380)·LG전자(066570)·POSCO(005490)·KB금융·LG화학(051910)·SK텔레콤(017670) 등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가 덜 올랐다는 분석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만 사는 게 아니라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언제까지 흐름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데다 외국인 비중이 높아진 만큼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그만큼 충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 금리가 지속적인 인상을 예고한 만큼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이른바 ‘엑소더스’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 기준금리 차 역전이 예상되면서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 투자 유출 논란이 국내 금융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며 “충분한 외화보유액을 유지하고 주요국 통화를 대상으로 한 통화스와프 체결 등 양호한 외화건전성을 유지하는 한편 국내 시장에서 쏠림 현상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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