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을 중심으로 “정부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예산 편성권을 국회에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거센 가운데 조세재정연구원이 ‘재정 권한은 정부가 갖고 있는 것이 맞다’는 취지의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국책연구원이란 점에서 국회의 예산권 흔들기에 대한 정부의 반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종면 조세재정연구원 아태재정협력센터장은 21일 열린 재정전문가 네트워크 성과 확산 세미나에서 ‘예산 과정에서의 행정부-입법부 권한 배분’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6개 국가를 분석한 결과 행정부가 예산 권한을 갖는 것이 ‘세계적 기준’이라고 밝혔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4개 국가는 한국과 달리 예산을 법률 형태로 편성하는 ‘예산법률주의’이기는 하나 예산 관련 법 발의권을 국회와 행정부 모두에 부여하고 있고 특히 예산 편성권은 명문 조항으로 정부에 권한을 주고 있었다.
또 한국 외 5개 국가는 비용 증가나 세입 감소를 초래하는 법안 발의를 원천 금지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국회의 예산 증액만 제한하는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강력한 제약”이라고 설명했다. 예산 편성권을 행정부에 부여하고 국회의 예산 수정을 제한하는 현상은 필리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대통령제 주요 20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은 모든 입법 권한을 국회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에 있어서도 국회의 권한이 강했다.
김 센터장은 “우리나라 예산 편성권이 행정부에 편중됐다고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미국 사례를 참조해 재정 권한을 정하는 것은 심각한 ‘예외의 일반화’ 오류를 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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