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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통 고속철 SRT 타보니] " 비행기 비즈니즈석 탄 듯...KTX보다 요금 싸고 빨라요"

시속 300㎞에도 진동·소음 적고

수서~부산 구간 133분 만에 주파

요금 KTX 보다 평균 10% 저렴

교통체계 지각변동 몰고 올 듯

9일부터 정식개통에 들어가는 수서고속철도(SRT)의 모습. SRT는 하루 왕복 기준으로 수서∼부산 구간을 80회, 수서∼광주송정을 22회, 수서∼목포를 18회 운행한다./연합뉴스




서울 지하철 3호선 4번 출구에서 나와 4분 정도 걷자 새로 완공된 수서역이 눈에 들어왔다. 7일 오전 8시 48분 부산으로 출발하는 신형SRT를 타자마자 창밖은 곧바로 어둠으로 바뀌었다. 수서역에서 경기도 동탄까지 총 52.3㎞로 국내 최장길이를 자랑하는 율현터널에 진입한 것이다. SRT는 시속 300㎞까지 속도를 높였지만 진동과 소음은 오히려 잦아들었다. 마치 시속 1,200㎞의 진공 상태로 이동하는 미래형 열차인 ‘하이퍼루프(Hyperloop)’를 미리 타보는 기분이 들었다.

동탄역을 지나고 9시 13분 평택 지제역 도착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곧장 창밖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승용차로 이동하면 1시간가량이 걸리는 거리를 25분 만에 주파한 것이다. 기자가 둘러본 SRT 내부는 마치 비행기의 비즈니스 클래스를 연상케 했다. 일단 좌석 배치가 넓어 승객들이 이용할 때 갑갑함이 덜할 것으로 보인다. 무릎 공간은 성인 주먹 두 개가 들어갈 정도로 넉넉했고 좌석마다 콘센트가 앞뒤로 1개씩 있어서 승객들이 전자기기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SRT의 출범은 우리나라 교통체계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몰고 올 전망이다. 수서~평택 구간만 지나면 기존 경부선과 호남선 노선을 KTX와 번갈아 사용하기 때문이다. SR 관계자는 “경부선 40회, 호남선 20회 등 편도 기준 하루 60회씩 운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송파·강동구 및 경기 동남부 주민들의 경우 지금처럼 서울역이나 용산역으로 올라가는 번거로움 없이 부산, 대전, 목포 등에 갈 수 있게 되는 만큼 수요가 KTX에서 SRT로 옮겨갈 전망이다. SRT는 고객 선점을 위해 요금도 KTX보다 평균 10% 정도 저렴하게 했다. 수서∼부산 간 평일 요금은 KTX보다 14% 정도 싼 5만2,600원으로 책정했고 인터넷 예매 시 1%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수서∼부산을 133분 만에 주파할 수 있어 소요 시간도 KTX보다 10분쯤 짧다.



경쟁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 2013년 폐지한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하고 인터넷 특가 할인율도 5~20%에서 10~30%로 확대하는 등 SR과의 가격·서비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경쟁 모드에 돌입했다. 고속버스 업계도 KTX나 SRT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항공기 퍼스트 클래스 못지않은 시설을 갖춘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지난달 개통하고 서울~부산, 서울~광주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김창연 SR 객실장은 “앞으로 KTX와 SRT 간 경쟁은 물론 고속버스 업계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SRT의 경우 고객들을 위해 가격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랜 기간 연구를 해온 만큼 경쟁력 측면에서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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