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변환을 공식화하면서 내년에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더욱 이슈가 될 전망이다. 경제민주화 법안 상정 가속화와 순환출자 고리 해소 압박도 주요 그룹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재촉하고 있다. 특히 흡수,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 발표 시점에 함께 제시되는 주주가치 제고 유인책은 새로운 주가상승의 근거가 되고 있다. 김한이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 관련 주주총회 발표가 임박한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주주총회 이후에는 개편 시나리오를 점검해 상승 유인이 있는 종목에 선별 접근하라”고 추천했다.
내년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삼성그룹에서는 삼성물산(028260), 삼성생명(032830), 삼성전자(005930)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삼성그룹은 지난 달 29일 공시를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A030010) 연구원은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전환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제조부문에 더해 금융부문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 등이 확고한 지배력으로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통로라 유리한 입장이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로서 브랜드 로열티뿐만 아니라 배당수익 증가의 최대 수혜가 예상된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삼성생명은 금융지주회사 전환으로 금융계열사 지분가치 상승 등이 반영될 수 있고 삼성전자 지분에 대한 활용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른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인적분할 시 사업회사의 경우 주가가치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어 긍정적이다.
현대차(005380)그룹은 지배구조 근간이 순환출자이므로 그룹 지배구조 변환이 일어나지 않으면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증권(016360)은 여러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를 각각 사업회사(OC)와 투자회사(HC)로 인적분할한 뒤 하나의 지주회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현대모비스(012330)와 현대글로비스(086280)가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 “분할 시 현대차의 주가상승 여력이 162%로 가장 크고, 모비스는 가장 먼저 분할이 진행되는 회사로 지배구조 디스카운트 해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 등이 확고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배구조 시나리오가 어떻게 전개되든 기업가치 상승은 반드시 수반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SK(034730)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주는 SK와 SK텔레콤(017670)이 꼽힌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만드는 시나리오가 그룹 CEO 세미나로 재부상해 내년 연중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롯데그룹 역시 검찰수사가 마무리되면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상헌 연구원은 “호텔롯데 상장이 지배구조 변환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023530), 롯데제과(004990), 롯데칠성(005300) 등을 활용해야 해 지배구조 전환이 가시화 될수록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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