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코리아가 인증서류 오류를 자체적으로 확인해 환경부와 검찰에 신고하고도 자발적으로 판매중단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발표 시점까지 차량을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 자체의 큰 결함이 없다고 하더라도 배출가스·소음 관련 서류를 위조해 인증을 통과한 사실을 알고도 즉각 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버젓이 영업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포르쉐코리아는 환경부의 수입차 인증서류 전수조사에서 오류가 확인된 ‘마칸S 디젤’을 발표 전날까지도 판매했다.
환경부는 지난 29일 포르쉐 7개 차종(단종 4개 차종)을 비롯해 닛산 2개 차종, BMW 1개 차종에서 인증서류 오류가 확인됐다며 청문 절차를 거쳐 12월 중 행정조치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포르쉐코리아가 조사 기간 중 자사 차량의 인증서류 오류를 자체적으로 확인해 환경부와 검찰에 자진 신고하고도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지 않고 최소 2주가량 계속 팔았다는 것이다.
포르쉐코리아가 환경부와 검찰에 자진 신고한 시점은 10일 전후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판매 중단을 결정한 시점은 이로부터 2주가량 후인 28일이다. 이와 관련, 포르쉐의 한 딜러사 관계자는 “29일 오전에 본사로부터 판매를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마칸S 디젤의 경우 28일까지 출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포르쉐는 환경부 조사에서 인증서류에 배출가스 시험성적을 일부 바꾸고 환경부가 인증해준 시설이 아닌 곳에서 시험을 하고도 인증받은 시설에서 시험한 것으로 인증서류를 제출해 적발됐다.
이번에 인증서류 오류가 적발된 포르쉐 차종 중 ‘카이엔S E-하이브리드’와 ‘카이엔 터보’의 올 1~10월 판매량은 각각 19대와 9대로 많지 않다. 그나마 10월 판매량은 전무했을 정도로 많이 팔리는 차종이 아니지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마칸S 디젤은 얘기가 다르다. 마칸S 디젤은 10월까지 546대가 팔려 ‘카이엔 디젤(932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린 볼륨 모델이기 때문이다. 한 포르쉐 딜러는 “마칸S 디젤의 경우 현재 재고차량이 100대가량 되는 것으로 안다”면서 “잘 팔리던 차를 갑자기 팔 수 없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포르쉐코리아가 자체적으로 인증서류 위조·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자진신고하면서도 즉각 판매 중단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특히 이번에 함께 적발된 한국닛산이 인피니티Q50 디젤 모델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 문제점이 발견되자 10월 초 자발적으로 판매를 중단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인피니티 Q50 디젤은 9월까지 총 1,776대가 팔려 인피니티 전체 판매량의 3분의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모델이지만 한국닛산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판매를 중단했다.
포르쉐코리아의 이 같은 모럴해저드는 올 들어 주요 차종의 출고 중단 등으로 판매량이 급감한 데서 오는 초조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0년 705대 수준이던 포르쉐 판매량은 지난해 3,856대로 4배 이상 늘었지만 올 들어서는 ‘911’ 등 주요 차종의 출고가 중단되면서 10월까지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가량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스포츠카 판매량이 저조한 상황에서 7월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인에서 독일인으로 바뀌면서 국내 시장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아무래도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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