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트럼프의 재정 확대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리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채권 금리가 무섭게 치솟는 모습인데요.
이러한 시장금리의 상승이 미국은 물론 한국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끌어 올리면서 ‘트럼프발 주택대출 쇼크’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증권부 정훈규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앵커]
Q. 정 기자, 우선 가계부채 위험을 얘기할 때마다 美 연준이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향방을 주시해 왔는데. 트럼프가 금리를 끌어 올렸다니 이게 무슨 얘깁니까?
[기자]
네, 은행의 대출 금리나 예·적금 금리는 정책금리인 중앙은행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는데요.
실제로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정할때는 좀 더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돼 시장금리의 영향을 받습니다. 대출상품 금리는 크게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로 나뉘는데요.
가산금리는 은행의 마진과 인건비 등을 포함해 각 은행에서 알아서 정하는 것이고요. 대출 상품의 기준금리는 보통 변동금리 상품의 경우 코픽스, 고정금리 상품은 금융채를 활용합니다.
여기서 코픽스는 정기예·적금과 주택부금, CD, 표지어음, 금융채 등 다양한 자본조달 상품관련 비용을 취합해 산출하게 되는데요. 트럼프 당선 이후 시장금리가 급격히 뛰어올라 대출상품의 기준금리, 다시 말해 은행들의 자본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주택대출 금리가 오르게 되는 겁니다.
[앵커]
Q. 미국 매체들에서는 최근 주택대출 금리 상승을 두고 ‘공포’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는데요. 얼마나 오른 겁니까?
[기자]
네, 미국의 모기지뉴스데일리닷컴 데이터에 따르면 가장 많이 거래하는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4%까지 올랐습니다.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고요, 대선 이후로만 봐도 거의 0.5%포인트 가량 오른 겁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모기지 금리가 심리적 한계점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는데요. 또 주택대출 금리 상승세가 이제 겨우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주택시장에 재를 뿌리는 격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Q. 미국도 미국이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급증한 상황이라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이 우려스러운 상황인데요. 국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지난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처음으로 연 5% 를 넘는 상품까지 등장한 상황입니다.
최고 금리 수준으로 얘기를 하는 건데요. KEB하나은행의 5년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말 최고 연 4.779%에서 현재 5.135%로 0.4%포인트 가까이 올랐습니다.
국민은행은 같은 기간 0.24%포인트 올랐는데요. 10월말 주담대 금리가 전월 대비 0.12%포인트 오른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가팔라졌고요. 이밖에 우리은행도 0.12%포인트, 신한은행도 0.31%포인트 금리가 뛰었습니다.
특히 변동금리 주택대출 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코픽스 금리도 10월기준 1.41% 로 전달보다 0.06%포인트 올랐습니다. 코픽스 금리는 올 들어서 계속 내려가기만 했는데요, 지난 9월 처음 상승 전환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오른 겁니다.
Q. 그럼 이제부터 금리가 대세 상승 전환됐다.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요?
[기자]
네, 일단 코픽스 상승세만 봐도 그런 전망이 가능한데요.
그동안 주택대출금리가 오른 것은 가산금리를 조정한 것이라 은행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인위적으로 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코픽스는 은행이 손을 쓸 수 없는 부분입니다. 지난 9월 첫 상승전환 이후 두달 연속으로 오른데다 트럼프는 시장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도로와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적극 나설 경우 일자리가 늘고 물가도 함께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고용 회복과 물가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 주게 되는데요.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금리 인상을 늦출 것이란 전망이 완전히 뒤집어 진겁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다음 달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지난달 70%대에서 85%로 높아졌습니다. 다음 달 금리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시간 차를 두더라고 결국 한국은행도 이를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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